성동구 50플러스센터 '활동박람회'

생애전환기 주민·새로운 도전 응원

"어느날 우연히 거울 속에 비춰진 /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구성진 목소리와 함께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노랫말을 흥얼거린다. 검은색 상·하의에 나비넥타이를 한 남성, 검정에 분홍으로 변화를 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손을 맞잡고 물결치듯 움직인다. 동작이 매끄럽지 않아도, 때로는 박자를 놓친 춤꾼이 보여도 관객들 환호성은 점점 커진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성동50플러스센터 풍경이다.
50플러스센터 수강생들이 수경재배로 키운 벼를 활동박람회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센터 관계자들이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성동구 제공


2일 성동구에 따르면 성동50플러스센터가 행복한 신중년 생활을 즐기는 주민들 비법과 지혜를 이웃과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지난달 말 개최한 '활동박람회'다.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지 석달여만이다.

50플러스센터는 성동구 전체 인구의 1/4을 차지하는 50세 이상 은퇴 전후 세대가 인생 후반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을 나누고 지원한다. 적정 규모 이상 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지난 4월 29일 행당동 빈 상가에 둥지를 틀었다. 6월부터는 인생설계 일·활동 당사자지원 세가지 방향 사업을 본격화했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출발은 늦은 편이지만 3개 분야 40개 강좌 참가자만 2000명이 넘을 정도로 주민들 호응이 크다. 구 관계자는 "드럼강좌는 5분만에 신청이 끝났다"며 "개관 기념 무료특강을 비롯해 한여름밤의 영화제 등 인생이모작 서비스를 다양화하려 애쓴 결과"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고 활동가들을 연계하는 기관에 운영을 맡겨 지역사회와 공생을 가장 우선하고 있다. '인간관계 능력 가꾸기' '나눔샘(나눔의 샘) 시민아카데미' '8체질로 건강을 더하다' '성동공동체방송국 피디 되기' 등 각 강좌는 마을 기관들과 머리를 맞대고 정한다. 다른 기관에서 잘하는 것보다 욕구조사를 통해 그간 시도하지 못했던 것에 초점을 맞췄다.

센터를 찾는 주민들은 단순한 수강생 이상의 의미가 있다. 함께 성장·고민하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당사자'다. 이정아 센터장은 "참가자 제안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며 "짧은 기간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동력"이라고 자신했다.

활동박람회에서는 더 많은 주민들이 인생 후반부 대비에 동참하도록 다양한 참여의 장을 펼쳤다. 센터가 지향하는 환경 돌봄 건강 전환 네가지 주제에 맞춰 즐길거리 볼거리를 마련하고 '맛보기'를 제공했다.

도시농부·수경재배 과정을 수강한 박정희(64·마포구 도화동)씨 등 '선배'들이 주축이 됐다. 박씨는 매일 센터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박람회에서는 동료 3명과 함께 유에스비(USB) 화분 만들기 강사로 참여했다. 그는 "좋은 프로그램을 찾아 성동까지 왔는데 너무 행복하다"며 "그린테리어(Green+Interior)' 전문가의 꿈을 이뤄 지역사회와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주민자치회 노인회 등과 손잡고 더 많은 주민들이 50플러스 생활을 만끽하도록 할 계획이다. 자전거 수리나 퇴직자 요리교실 등 상대적으로 참여도가 낮은 남성들을 위한 강좌도 고민 중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뒤돌아보지 않고 헌신하며 달려온 50·60세대에게 찬사를 보낸다"며 "세심하고 알차게 준비한 성동50플러스센터를 통해 장년 이후의 삶이 든든한 도시, 누구나 미래를 꿈꾸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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