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익 경기 부천시장

얼마 전 해외 자매우호 도시 청년들과 교류하며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부천의 대학생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한 청년이 "외국 친구들에게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고 대한민국 문화 수도는 부천이라고 소개한다"고 말해 큰 감명을 받았다. 자신이 사는 도시를 이토록 멋지게 자부심을 갖고 설명할 수 있다니.

재원 없는 부천시의 돌파구 '문화도시'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부천은 서울과 인천에 낀 도시, 수도권의 그저 그런 도시 중 하나였다. 빼곡히 들어선 공장과 주택, 투자할 재원도 기업을 유치할 땅도 없는 상황에서 부천이 돌파구로 삼은 도시발전 전략이 '문화도시'였다. 그렇게 소프트웨어에 꾸준히 투자한 결과 부천은 명실상부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어디에도 부천처럼 영화 애니메이션 비보이 등 여러 분야의 국제행사를 주최하는 도시는 없다. 올해로 26회를 맞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는 2019년 칸 필름마켓 선정 7대 판타스틱 영화제로 선정돼 시체스, 토론토영화제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최대의 장르영화제로 인정받았다. 서브컬처로 인식돼 정책적 지원 대상이 되지 못했던 만화를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곳도 부천이다.

1998년 전국 최초로 만화정보센터를 설립하며 시작한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는 올해로 25회째를 맞았다. 매년 10월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은 미국 아카데미 공식지정 국제영화제로 인정받아 영화제 단편 대상 수상작이 자동으로 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부문 후보에 등재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토대를 바탕으로 부천시는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제1차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시민참여 문화축제가 활성화돼 있고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즐길 곳들이 많다. 부천시청 1층엔 경기도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판타스틱큐브'가 있다. 판타스틱영화제 기간에는 동네사람이 만들고 동네사람이 주인공인 약대마을 영화제 '꼽사리영화제'가 열린다.

'지식재산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

하루 200톤의 쓰레기를 소각했던 폐소각장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 '부천아트벙커B39'는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미디어아트 전시로 입소문을 탔고 'BTS'도 광고촬영을 위해 다녀간 명소가 됐다. 국내 3대 관현악단인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있어 수준높은 공연을 접할 기회도 많다. 내년 5월에는 1445석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해 최고 수준의 시설에서 최상의 연주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문화는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시민의 자부심과 삶의 질을 높인다. 이것이 바로 김 구 선생님께서 오직 갖고 싶어 하신 '높은 문화의 힘'이다.

부천시는 문화가 가진 힘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웹툰융합센터를 조성해 모든 문화콘텐츠의 근원인 지식재산(IP) 산업을 향후 부천의 100년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부천 4대 국제문화축제와 지역 내 관광자원을 연계해 문화관광산업을 꽃피우고자 한다.

부천 시민들이 내가 사는 곳을 소개할 때 "대한민국 문화수도에 살고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부천을 볼거리·즐길거리·놀거리가 많은 콘텐츠에 강한 문화도시로 만들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