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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기고]

형평성 필요한 주식·코인 투자손실 탕감

등록 : 2022-09-15 10:48:57

강지훈 변호사

서울회생법원은 7월부터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 준칙'(제408호)을 시행하고 있다. 채무자가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재산적 가치를 계산할 때 '현재 남아 있는 가치'로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 도입 초기부터 서울과 지방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번 조치에 대한 대중적 시각은 부정적이다.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가혹한 처벌 우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서울회생법원이 '최초 투자할 당시의 가치' 가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가치'로 주식 또는 가상화폐의 재산적 가치를 계산할 수밖에 없었던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기존 방식으로 '최초 투자할 당시의 가치'로 계산한다면 채무자가 고의로 재산을 줄여 채권자가 충분한 변제를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 예를 들어 '개인회생 신청 직전에 자녀에게 부동산을 무상증여'한 행위보다 가혹하게 처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개인회생 신청 직전에 채무자가 자녀에게 부동산을 무상증여하더라도 회생위원이 청산가치에 반영하라고 보정권고하거나 법원이 부인권 행사를 명할 수 있다. 이 경우 보정권고 또는 부인권행사명령의 결과로 채무자에게 재산이 반환되고, 채무자는 반환된 재산을 처분해 변제를 수행할 수 있다.

반면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손해는 현실적으로 반환되는 재산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소득으로만 변제를 수행해야 한다. 만약 최초 투자할 당시의 주식 또는 가상화폐 가치가 소득을 초과한다면 개인회생개시 신청은 기각된다.

둘째, 기존 방식으로 계산한다면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를 '고의 불법행위', 예를 들어 살인 강도 강간 상해 등의 범죄보다 가혹하게 처벌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채권이라도 일단 개인회생 채권자목록에 기재하고 개인회생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비면책채권이나 개인회생채권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한 손해는 현실적으로 반환되는 재산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소득으로만 변제를 수행해야 한다. 만약 '최초 투자할 당시의 주식 또는 가상화폐 가치'로 하고 그것이 소득을 초과한다면 결국 개인회생개시신청은 기각될 것이다.

통일된 기준의 필요성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에 대해서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소 36개월에서 최대 60개월 동안 변제를 끝까지 이행한 비율은 절반이 되지 않는다. 변제를 끝까지 완수하지 못한다면 절차가 폐지되고, 만약 재신청한다면 재판부는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하게 된다. 변제를 끝까지 이행한 채무자에게 마지막 기회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양형 기준처럼 개인회생·개인파산에서도 구체적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법원 간 편차를 줄여 형평성 논란을 피하고, 일선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채무자가 주식 또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발생한 손실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므로 재산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는 차이가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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