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충남 부여군수

충남 부여군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는 공동체 화폐를 지향한다. 이용액은 연간 약 6억원으로 시작해 그동안 기하급수적으로 성장, 현재 누적 사용액은 3000억원이다. 충남에서 주민 1인당 사용액으로 보면 1위다.

군민이 직접 충전해 사용하는 일반충전도 2022년 611억원으로 전년 대비 46%p 증가했다. 굿뜨래페이는 부여군 전체인구의 90% 이상이 사용중이다. 상점의 약 92%가 가맹점으로 등록했고 월평균 이용액은 92억원으로 지역 공동체생활에 뿌리내렸다.

외부유출되던 돈 공동체 순환으로

굿뜨래페이는 공동체가치와 경제적 효과를 동시에 지향한다.

첫째, 정책발행에 기반한다. 정책발행이란 행정에서 나가는 예산 중 수당 포상금 등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다. 충남도 최초로 농민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했고 현재 충남 평균의 2.3배에 해당되는 640억원을 정책발행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농가와 상권의 공동체 연대를 만들었다.

둘째, 결제수수료가 없는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다른 지역화폐와 비교해서 누적 60억원이 절감된다. 셋째, 공동체 순환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부여군 지역화폐는 가맹점 상호간에도 지역화폐가 순환되도록 설계했다. 그렇게 순환되는 금액이 이용금액의 10%인 300억원에 이른다.

넷째, 공동체 균형성장을 지향하는데, 이는 소비인센티브 설계에 잘 반영되어 있다. 1000만원 이하는 7%이지만 4000만원 초과는 0% 지원이다. 매출이 적은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해 고른 성장을 유도하고 공동체 연대가 형성되도록 디자인되었다.

이와 같은 공동체 화폐로 외부에 유출되던 돈이 공동체 안으로 순환되어 가맹점의 매출이 20~30%p 증가했다. 또 사회적으로는 공동체 연대감이 증가했고 부여가 스스로 공동체 화폐라는 가치와 제도를 만들었다는 군민의 자긍심이 생겼다. 지역소멸의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이렇게 공동체 지역화폐가 정착된 것은 국비지원 덕택도 컸다. 정부의 지역화폐 지원규모는 2019년 533억원에서 코로나19를 거치면서 2022년 7053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내년 2023년에는 정부예산이 전액 삭감된다고 한다. 지역화폐 효과를 볼 때 전액 삭감은 숙고해야 할 부분이 있다.

내년도 정부예산 전액 삭감, 숙고해야

지역화폐는 지방의 고질적 문제였던 인근 대도시로의 자금 외부 유출을 방지하고 내부 순환시킨다. 또 골목상권의 실질적인 가처분소득 증가를 낳고, 초고령화로 인해 소비절벽과 지역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고 자립경제 활성화를 가져온다.

지역화폐의 효과를 파급효과가 큰 기업유치와 비교해보자. 굿뜨래페이로 인한 매출 증가분인 20~30%가 신규 소비라고 가정하면 1174~1760명 가량이 근무하는 기업을 유치한 셈이다.

이렇게 지역공동체에 효과 큰 지역화폐에 대해 이전과 같은 일방적인 경제적 할인정책이 아닌 공동체 화폐로 전환되도록 정부지원을 기대한다.

그동안 경제적 할인정책으로 사용액 측면에서 활성화시켰다면 할인지원폭은 줄이면서도 이제는 정책발행 증가 지원, 운영비 감소와 순환, 균형적 성장을 위한 제도화 지원으로 선회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