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유형보다 대입 전형 이해부터 … 선택과목 확인하고 교육과정 따져야
2021학년 대입부터 블라인드 서류 평가가 시행됐다. 학생부와 자기소개서에서 출신 학교를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모두 블라인드 처리, 대학이 평가에 반영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고 일반고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첫해부터 블라인드 평가에 따른 지역·유형별 유불리, 실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대학과 전문가들은 영향이 거의 없다고 말하지만, 교육과정이 눈에 보이는 특목·자사고에 유리하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이 제도는 고교 유형에 따른 대입 결과와 맞닿아있어 고등학생은 물론 중학교 학부모들도 관심이 크다.
올해로 시행 3년 차인 블라인드 평가 결과를 살펴보고 고교 선택 기준을 짚어봤다.
블라인드 서류 평가는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2021학년 도입됐다. 학생부의 인적·학적 사항, 수상 실적, 봉사 활동은 일괄적으로 블라인드 처리돼 대학에 전송되며 수상 경력의 수상명, 창의적 체험 활동의 특기 사항,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의 과목·개인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등은 하나하나 뜯어보고 학교명을 지워 보낸다.
그런데 도입 전부터 문제가 제기됐다. 재학생 수가 적거나 학생 간 학업 수준이 엇비슷해 교과 등급을 확보하기 어려운 등 지원자의 환경을 고려할 수 있는 정보는 차단된 반면, 특정 교과에 편중된 교과를 운영하는 특목고, 심화 과목이 많은 자사고 등 특정 고교 유형은 이름과 지역을 가려도 학교 정보를 드러내 도입 취지가 무색하다는 것이다.
◆주요 대학, 일반고 출신 소폭 늘어 = 대학 알리미에서 서울 주요 11개 대학의 2020~2022년 신입생 출신 학교 유형별 입학 결과를 살펴본 결과, 일반고 출신 신입생은 조금 증가했다. 또 외고·국제고는 다른 특목·자사고에 비해 감소 폭이 컸다.
다만 이는 수시·정시 전체 전형(정원 외 포함)의 결과다. 블라인드 서류 평가는 수시, 그중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에 유효하다. 학생부 위주 전형 중 교과전형은 대부분 학생부에서 교과 등급을 중심으로 살핀다. 학생부 기록의 영향이 거의 없다.
대학 공시 자료는 블라인드가 도입된 2021학년부터 전형별 합격자 출신 학교 정보를 공개했다. 따라서 블라인드 도입 전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다만 2020년 발표된 교육부의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와 서울대 등 일부 대학이 발표하는 전형 결과를 통해 블라인드 도입 전 주요 대학의 종합 전형 결과를 유추할 수 있다.
교육부의 '학생부 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춘천교대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홍익대 등 13개 대학의 2019학년 평균 종합전형 합격자의 출신학교 비중은 일반고 36.8%, 자사고 8.9%, 외고·국제고 11.5%, 과고·영재학교 7.5%였다. 이를 블라인드가 도입된 2021학년 이후 대학별 대학알리미 공시 자료의 종합전형 데이터 중 선발 인원이 가장 많고 여러 고교 유형에서 지원하는 일반 전형의 합격자 출신 고교 현황과 비교해보면 대략적인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일반고 합격생이 비교적 많이 증가했다. 그러나 최상위권 선호도가 높은 종합 대학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로 범위를 좁히면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5개 대학의 평균을 따로 보면 일반고 비중은 13개 대학 평균보다 낮고 특목·자사고 비중이 높다. 블라인드 도입 후 자사고·영재학교·과고는 블라인드 도입 이후 하락세를, 외고·국제고는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같은 기간 서울대 입시 결과에서 수시 일반 전형 합격자의 출신 학교 현황에서도 외고·국제고의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다(표 ). 또 다른 대학과 달리 일반고 비중은 4년 새 6.3%p 줄어든 반면 영재학교는 3.4%p 높아졌다.
◆블라인드 평가보다 대입 변화 영향 커 = 블라인드 평가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세간에서는 '일반고에 역풍으로 작용했다' '특목·자사고의 경쟁력만 키웠다'는 비판이 큰 반면, 입시 전문가들은 영향력이 미미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전문가들은 대학의 전형 구조와 수능 체계가 바뀌고 수험생들의 지원 전략 또한 변화하면서 종합 전형 결과에서 합격자의 출신 학교 유형별 비중은 왜곡된 측면이 있다며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21일 "블라인드 서류 평가 도입 전후 차이는 대입 환경의 변화에서 기인한다. 수치 변화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도입 전후 대입 결과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고교 선택을 앞둔 중학생과 그 학부모들에게 학교 유형보다 달라진 대입 환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교육에 관심이 있다고 해도 몇몇 대학 이름을 알 뿐, 대입에 대한 이해도는 낮은 편인데 2022학년을 기점으로 대입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입 전형의 특징을 파악해 학생의 강점과 맞춰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임태형 학원멘토 대표는 21일 "특히 주요 대학은 교과, 종합, 정시 어느 하나 비중이 낮지 않다. 각각 주요 전형 요소가 다르다. 교과 성적, 지망 계열·전공에 맞는 교육과정, 수능을 모두 잘 대비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는 어렵다. 교내 프로그램이나 진학 실적 등을 따져보고 학생의 성향을 고려해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교육과정' 중요도 커져 = 블라인드 평가 이후 교육과정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의견도 많다. 이 입시평가소장은 "종합 전형의 경우 학생들이 전공 이수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했는지,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 등 학생부 기록이 충실한지에서 당락이 갈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자기소개서도 전면 폐지된다. 서류 평가에서 학생부의 영향력이 커지게 되나 대학에 제출되는 학생부 기록은 더 줄어든다. 대학은 보이는 부분을 더 세밀하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별 학교마다 학생부 차이가 크기에 고교 유형 혹은 특정 학교의 과거 입시 실적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경진 서강대 입학사정관은 21일 "합격자를 배출하는 고교가 다양해지고 있다. 블라인드 평가의 긍정적인 효과라 생각한다. 이전 입시 결과와 상관없이 준비가 잘된 학교는 바로 결과를 낼 수 있을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교과 전형이나 정시에서 서류 평가를 시행하는 곳이 늘고 있다. 교과 전형의 경우 2022학년 고려대 동국대 성균관대가, 2023학년엔 건국대 경희대가 서류 평가를 도입했다. 서울대는 2023학년 정시부터 전공에 맞는 과목을 이수했는지 등을 살피는 교과 정성 평가를 반영한다. 종합 전형 서류 평가와 평가 항목 배점이 약간 다르지만 평가 방식은 같다.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 과목을 제대로 이수했는지 집중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 전형의 특성상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적 차가 크지 않아 서류 평가가 당락을 가를 수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고교 선택 시 필요한 수업을 듣고 활동할 수 있는 학교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고교에서 배울 선택 과목의 정보를 확인하고 개별 학교의 교육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김기수 기자 lena@naeil.com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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