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좋아해 중학교 때 축구부 활동을 했다.

체육 교사들과 교류가 많아지면서 체육 교사를 꿈꿨다. 체육 교사가 되고픈 이유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니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보단 운동이 좋아서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로에 대해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동과 관련 있으면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스포츠 관련 학과를 알게 됐고,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이 생겼다. 서강대 경영학부 김태훈씨의 얘기다.    

이미지확대 김태훈 | 서강대 경영학부(대전 대신고)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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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 교사에서 마케터로, 시작은 책과 진로 특강
“학교에서 진로 특강으로 스포츠 관련 강의를 들었어요. 운동을 좋아한다고 해서 체육 교사의 길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과 스포츠 산업, 스포츠 경영 같은 진로도 있다는 걸 알았어요. 이후 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죠.”   스포츠 경영에 관심을 가지면서 읽게 된 책이 <나는 이렇게 스포츠 마케터가 되었다>였다. 스포츠 선진국에 비해 에이전트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과 스포츠 산업이 단순히 스포츠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구단, 재정, 미디어, 마케팅 등 사회, 경제 흐름과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포츠 산업이나 스포츠 경영으로 진로를 변경하고 학과를 검색했는데 개설된 대학이 많지 않더라고요. 스포츠 산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 스포츠 관련 학과를 고집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었죠. 그때 학교 선생님들도 스포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경영을 전공하면 어떻겠냐고 권하셨어요. 스포츠 산업이든 스포츠 경영이든 사회에 대한 이해, 경영, 마케팅이 기본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 특히 사회에 대한 궁금증을 가졌던 것도 경영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였어요.”    
코로나19로 중단 위기, 스포츠 리그 성공적 운영
  경영학으로 진로를 변경했지만,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고2 때 교내 스포츠 리그 운영 위원장을 맡았다. 코로나19로 교내 스포츠 리그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우려도 컸지만, 경기 방식을 토너먼트로 바꾸고 1년간 진행했던 기간을 두 달 정도로 단축해 짧고 굵게 운영하는 계획안을 작성해 학교의 허락을 받았다. 다행히 대전 지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크지 않았고, 학교에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라 가능했다.   “어렵게 허락받은 스포츠 리그인 만큼 최선을 다해 준비했어요. 축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 심판을 맡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학년별로 운영진을 신청받았어요. 카카오톡으로 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소통 수단을 고민하다가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와 소통하는 리로스쿨과 같은 앱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앱을 통해 운영진에서 결정한 사항이 바로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학생들도 의견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어 참여도나 호응을 높일 수 있었죠.”   기획부터 운영까지 책임지고 진행했던 행사라 태훈씨에겐 의미가 컸다. 그 경험으로 고3 때는 지역 내 고교 풋살 대회 운영진으로 선발돼 활동했다.   “대회 홍보 영상과 포스터 제작, SNS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은 고교 3년간의 활동 중 손꼽히는 경험이었죠. 코로나19 상황에서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니더라고요. 여러 방안을 논의하다 SNS 챌린지 영상 릴레이로 홍보를 이어나갔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대회 운영 방식도 중요하지만, 홍보와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했던 기회였어요.”    
선택 과목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과목을 선택할 기회가 많아졌다. 물론 학교 지정 과목으로 자신의 관심과 무관하게 선택한 과목도 있었지만,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의미가 컸다.   “1학년 때 체육 교사를 꿈꾸다가 경영으로 진로 방향을 바꾼 상황이라 과목 선택에 고민이 많았어요. 사실 내가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 대입 관점에서 배워야 하는 과목 중심으로 선택했을지도 몰라요. 스포츠산업학과 관련 과목을 알아보면서 <정치와 법> <세계지리>가 관련 있다고 해서 2학년 때 선택했거든요. 이후 사회나 경영 분야에 관심이 커지면서 <사회문제탐구> <창의경영> <경제수학> <국제경제> <수학과제탐구> 등을 선택했어요.”   태훈씨는 특히<정치와 법> <사회문제탐구> <국제경제> 과목을 배우며 사회와 경제, 경영 분야에 관심이 커졌다. 나와 무관한 세계라고 생각했던 정치는 경제, 경영 구조, 청소년 선거권이나 정당 정치 등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세계지리>는 지리 중심의 과목으로 생각했는데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다루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과목이었다.   “<사회문제탐구> 주제를 고민할 때 유럽 바르셀로나 구단의 재정 악화와 잉글랜드 2부, 3부 리그 구단 파산 등의 뉴스를 접하며 구단 재정과 스포츠 산업에 관심을 가졌어요.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경기도 스포츠 산업에 영향을 줬어요. 문헌 연구법을 기반으로 스포츠 리그 및 업종별 손실액을 분석하는 등 스포츠 산업 전반에 관심을 가졌죠. 언론의 역할, 스포츠 중계권 등 스포츠 산업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했어요.”   3학년 때 선택했던 <국제경제>는 무역의 관점에서 국제 사회를 바라보게 해줬다. ‘비교 우위와 국제 무역’을 주제로 탐구 활동을 하면서 애덤 스미스, 리카도의 무역 이론을 비교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양한 탐구 활동으로 관심 분야와 사회 바라보는 안목 달라져
  “탐구 활동이 많아지면서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과 나의 관심 분야가 연결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죠. 처음엔 어떤 주제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책이나 논문을 읽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고2 때는 창의 교육 및 모의 크라우드 펀딩 활동에 참여했고, 우수 모둠으로 선발돼 고3 때 창의 캠프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앱 만들기 사이트를 이용해 코딩을 공부하고 앱을 개발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스포츠 경기 일정이나 결과를 확인할 수 있고, 응원 댓글 등을 통해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 체험하면서 개발자와 사용자의 관점 차이도 이해했다. 처음엔 대입에 유리한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어느 순간 호기심으로 즐기는 자신을 발견했다.   “수행평가나 학교 활동을 할 때 제시된 기준만 충족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요령을 부리고 싶지 않았어요. 공부할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묵직하게 해나가는 과정이 자기 주도성으로 또는 탐구 활동이나 수행평가의 결과물로, 학교 활동을 통해서는 협업 능력과 리더십으로 드러나더라고요.”   대학에 입학해서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 태훈씨는 재무, 회계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고교 땐 여러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다양한 관심을 두는 것이 좋아요. 종합 전형으로 진로에 대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만 매몰되면 진짜 하고 싶은 걸 놓칠 수 있거든요.”

민경순 내일교육 리포터 hellel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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