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공범들과 140억원대 … 현지에서 자금세탁도 담당

140억원대 가상자산을 해킹해 빼돌린 정보기술(IT) 기술자 출신 40대 남성이 필리핀에서 국내로 강제송환됐다.

경찰청(청장 윤희근)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혐의를 받는 A씨를 필리핀 현지 사법기관과 공조로 검거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청은 필리핀 사법기관과의 공조로 검거한 140억원대 가상자산 해킹 피의자 A씨를 23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연합뉴스

인터넷 기반 정보 통신(IT) 기술자였던 A씨는 지난해 12월 국내 공범들과 공모해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해킹하고, 범행 전 미리 필리핀으로 출국해 위와 같이 해킹한 가상자산을 현지에서 인출하는 방식으로 범행수익금을 세탁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청 사이버수사대에서는 5개월간 첨단 추적 수사 기법을 통해 피의자의 필리핀 추정 은신처 2곳을 파악하고 경찰청(인터폴국제공조과)에 피의자 검거를 위한 국제공조를 요청했다. 인터폴국제공조과는 즉시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신청하는 한편, 피해 규모가 큰 사건임을 고려하여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에 신속한 추적을 지시했다.

이후 코리안데스크는 특정된 피의자의 은신처 2곳을 확인해 인근 잠복하던 중, 한 곳에 나타난 피의자를 현지 경찰과 공조하여 공조요청 접수 약 1달 만에 검거했다.

이는 현지 공조 요청 접수 약 1개월 만의 성과로, A씨 검거 이후 외교부에서도 필리핀 당국과 협의에 적극 나서 강제송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향후 경찰청은 A씨를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로 넘겨 범죄 수법과 돈 세탁 과정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남아있는 공범 1명을 검거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한편, 외교부(주 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피의자 검거 이후 국내로의 강제송환을 위해 필리핀 당국과의 협의 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강기택 인터폴국제공조과장은 "우리 경찰의 뛰어난 사이버 수사역량과 코리안데스크의 국제공조역량이 동반 상승으로 단기간에 국외도피사범을 검거한 우수한 사례"라며 "해킹범죄의 특성상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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