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빈관 신축 논란부터 비속어 파문까지 연이어

'엄호' 부담 커져 … 당권주자들, 득실따라 '차별화'

쉴 새 없이 몰려오는 대통령(실)발 악재에 집권여당 국민의힘의 엄호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당 내분이 부각되면서 까먹었던 점수를 이번 정기국회에선 민생을 챙기는 집권여당의 면모를 보이며 만회하려던 국민의힘 구상이 돌발악재 때문에 초장부터 어그러지는 모양새다. 와중에 차기 당권주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득실계산에 따라 차별화를 시도중이다.

대화하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ㅣ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최근 국민의힘이 대응하고 있는 대통령(실)발 악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영빈관 신축 문제부터 이어지고 있는 대통령실 이전 비용 및 예산 관련 논란이 전초전을 장식했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미국, 캐나다 3개국 순방길에 오른 후부터는 영국 조문 취소 논란, 예상보다 초라했던 30분·48초 만남 등 정상외교 논란, '이 XX들' 비속어 파문 등이 연달아 정국을 강타했다.

일단 국민의힘은 논란 때마다 지도부 회의 발언은 물론 공식 논평 등을 통해 야당의 공세에 맞서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 관련해선 '민주당의 무차별적인 생트집'이라고 반박했고 "허위사실로 발목잡기를 지양하라"며 협치를 촉구했다.

대통령 순방 관련 논란에 대해서도 '국익 프레임'을 들며 적극 대처중이다. 영국 방문 중 제기된 조문 취소 및 지각 논란에 대해선 22일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 국가를 위해 열심히 뛰는 동안 정쟁을 자제해 달라"면서 "야당의 생트집은 국익을 저해하는 행위"(성일종 정책위의장)라며 방어했다. 윤 대통령의 방미 중 나온 비속어 발언과 관련한 논란이 퍼지자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한미 정상 간 세밀한 노력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본질과 관계 없는 사항으로 모든 외교적 성과를 호도하고 있다"며 엄호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허덕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하나 대처하면 또 하나가 나오는 식이니 계속 감싸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속어 파문 관련해선 처음엔 "사적 발언"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톤을 맞추다가 대통령실이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는 새로운 해명을 내자 그 쪽으로 허둥지둥 대응기조를 맞추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2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윤 대통령의 발언은) 분명히 바이든이 X 팔리겠다였다'고 묻자 "대통령실의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리가 뉴욕 현장에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라고 답했다.

당권주자들은 일단 대체적으로 대통령 엄호에 나서는 분위기다. 적극적으로 당권 행보를 하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전쟁터에 장수로 출전 중인 대통령에게 힘을 싣진 못할망정 조롱과 비난으로 도배하다시피 한 민주당의 논평과 일부 언론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신핵관으로 뜨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야당과 언론의 공격이 도를 넘어 국익을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순방 후 대통령 지지율이 또 한번 추락할 경우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내 주류인 친윤 세력에게만 호소하면 됐던 전당대회 구도가 미묘하게 틀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윤 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논란과 관련해 "부끄러움은 정녕 국민들의 몫인가요"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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