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2.0시대, 이미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

공시기준 미흡·기관 간 평가차이 개선해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개원 20주년을 맞이해 '한국ESG기준원'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한국ESG기준원은 앞으로 국내 자본시장에 ESG의 올바른 이해와 활용을 촉진하는 모범규준을 제시하고 확립해 나가는 공적기능을 강화하며 국내 상장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책임'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은 22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새로운 사명인 '한국ESG기준원'을 선포했다. 심인숙(사진 왼쪽에서 6번째) ESG기준원 원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최근 유럽을 비롯한 선진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ESG 각 부문에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강화하기 위한 법·제도 개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기업이 ESG 부문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에 대한 법적·제도적·경제적 책임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는지가 기업 경쟁력과 재무적 성과, 나아가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 원장은 "기업의 ESG 평가 정보와 ESG 요인을 고려한 책임 투자, ESG 관련 쟁점 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주주권 행사 등 자본시장 내에서 기업의 ESG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ESG연구원은 지난 20년 동안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토대로 국내 최고 ESG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한국ESG기준원은 'KCGS의 향후 발전방향 및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도 개최했다.

정경영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좌담회에 참가한 정부와, 학계,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초 불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위기 이후 일부에서는 ESG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ESG는 2.0시대로 접어들며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했다고 진단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공시기준 미흡과 평가기관 간 서로 다른 평가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주제발표를 맡은 김형석 ESG기준원 정책연구본부장은 "앞으로 ESG기준원은 ESG 평가 부서와 의안 분석 자문 부서를 분리해 서비스 업무 독립성을 높이고 독립된 연구 기능을 갖춘 센터를 신설할 것"이라며 "국내 자본시장에 ESG의 올바른 이해와 활용을 촉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확립해 나가는 공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국내 상장기업과 기관투자자의 '책임'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SG에 대해 평가기관에 따라 점수가 상이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평가기관 간 정보의 차이가 아니라 해석의 차이 때문에 불일치가 벌어진다"며 "ESG 공시 제도가 강화된다고 해도 해석의 차이는 좁혀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태일 KB자산운용 ESG&지원본부 본부장은 "이제는 ESG 2.0 시대라고 할 만큼 발전해, 심도 있게 ESG 평가에 접근할 때가 됐다"며 "유럽 등 선진 금융기관을 살펴보면 ESG 주요 요소가 자산 배분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본부장은 "평가기관 간 평가 불일치 문제로 ESG 워싱이 초래될 수 있다"며 "ESG 평가에 대한 등급 산출 과정 공유 등 평가사와 기관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많은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ESG평가의 상대평가 성격을 불일치 원인으로 꼽았다. 절대평가를 하는 기업신용평가와 다른 점이다. 이 교수는 "ESG 평가는 산업별 상대평가로 진행되면서 평가기관별로 차이가 많이 난다"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추정분야 차이가 38%, 추정방식 차이 56%, 각 추정분야의 상대적 중요도 차이가 6%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가이던스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실제 각 기관별로 산업 분류표를 상이하게 사용하고 가중치나 질문 내용도 다른 가운데 추정하는 방식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 또한 다 다르다. 이 교수는 "거래소나 금융당국은 산업별 가이드라인을 간단하게 만들어 평가 기관 편차가 적게 생기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일 한국거래소 ESG지원부 부장은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를 대폭 확대 개선할 계획"이라며 "기업이 지속가능보고서를 작성할 때 매뉴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장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나 유럽의 지속가능성 보고표준(ESRS) 등 해외 글로벌 표준의 공통사항을 뽑아내 기업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공시 표준 권고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지속가능보고서를 처음 만드는 기업들이 실무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광일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ESG는 이미 새로운 흐름으로 정착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과장은 "기업의 ESG 활동을 정확하게 측정해 공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평가해 투자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공시-평가-투자로 이어지는 3단계에서 ISSB 등을 참고하고, 향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평가 기관 간 편차와 이해 상충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소할 것"이라며 "중소기업 ESG 경영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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