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 지속가능경영연구소 ESG 센터장

많은 기업과 비영리조직들이 미래 특정 시기에 넷제로, 즉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넷제로트래커(Net Zero Tracker)에 따르면 유니레버는 2030년, 막스앤스펜서(Marks & Spencer)는 2040년, 델타에어라인은 2050년까지 공급망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인 Scope3 배출량을 포함해 넷제로 목표를 선언하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이들 기업의 진정성을 꼭 같이 보지는 않는다. 진정성을 판단하는 방법 중 하나는 기간별, 구체적 계획을 과학적이면서 일반적으로 인정된 방법에 의해 공시하겠다는 약속을 하는지 여부를 살피는 것이다.

넷제로트래커의 분석에 의하면 위의 사례기업들과 달리 네이버는 Scope 3 배출을 목표에 포함시키지 않음은 물론이고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구체적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스위스 기후금융 컨설팅회사인 사우스폴(South Pole)은 올해 발표한 탄소중립 실천 현황에 관한 보고서(Net Zero and Beyond)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 전세계 122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년도보다 훨씬 많은 67%의 기업이 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에 기초한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다. SBTi는 다양한 재단과 국제조직에 의해 2015년 설립되어 과학에 근거한 탄소감축 목표 설정과 관리를 지원하는 협의체다.

SBTi는 파리협약에서 정한 1.5℃ 억제 목표에 맞도록 기업이 Scope1, 2, 3 배출을 포함해 탈탄소 이행계획을 지원하고 확인해 준다. 따라서 어떤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SBTi에 의한 감축 성과 공개 및 관리 계획이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 대부분이 구체적 계획 발표 안해

SBTi 보고서 분석 대상의 72%가 이런 과정을 거칠 것을 약속했다. 그런데 23%의 기업은 기본적인 요구사항 외에는 감축 성과 및 관리활동 계획을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행태를 그린허싱(green-hushing), 즉 환경활동에 대해 입을 다무는 행위라 부른다. 그런 기업이 선언한 목표 달성 여부를 외부 이해관계자들이 알 수 없고 따라서 기업간 상호협력을 통해 보다 야심적인 목표로 나아가도록 서로 자극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그린워싱만큼 문제를 가진 행태다. 그린워싱과 그린허싱은 정반대로 보이지만 다같이 이해관계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주며 둘 다 소비자 행동주의의 대상이 된다.

그린워싱은 기업의 기후행동 그 자체라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관련된 용어다. 즉, 기업의 실제 기후행동 노력과 성과에 상관없이 실제보다 더 과장해서 주장하거나 홍보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반대로 기업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정보공개나 주장을 거의 하지 않는 행위를 그린뮤팅(green muting)이라 한다. 맥도널드에서 오랫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담당했던 밥 랜거트(Bob Langert)는 이런 행위가 그린워싱만큼이나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컨설팅회사 테라초이스(Terra Choice)가 그린워싱의 7개 유형의 죄악을 정의했듯이 그는 그린뮤팅의 죄악도 6가지로 분류했다. △과학적으로 100% 확실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든지 △NGO의 공격을 우려해서 조심한다든지, △제품과 서비스의 환경 성과를 고려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고 또 대부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든지 △환경 정보를 공시할 경우 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실무와 행동을 하도록 이해관계자의 압력을 받을 것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조용히 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린뮤팅·그린허싱이 용납되지 않는 이유

기업의 그린뮤팅 또는 그린허싱이 용납되지 않는 이유는 소비자, NGO 등의 이해관계자가 침묵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묵이 가끔 개인적인 미덕일 수는 있으나 사회적 국가적 이슈와 현상에 관한 침묵은 죄악이다. 그래서 이해관계자들은 기업의 행동에 대해 행동주의로 의지를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국민은 정부와 위정자들의 행동에 대해 침묵 대신 행동으로 보여준다. 행동의 수위도 이해관계자와 국민이 결정한다. 이해관계자가 합법성(legitimacy)을 인정하지 않는 기업과 국민이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정권은 반드시 붕괴된다. 국민의 뜻을 읽지 못하는 경영자와 위정자의 무능과 무지, 그리고 불투명성은 자멸을 초래할 뿐이다.

김종대 인하대 녹색금융대학원 주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