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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내일시론]

상하이협력기구와 북한의 선택

등록 : 2022-11-21 11:31:06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다자간 무역 원칙에 기초한 개방적이고 비차별적이며 공정한 시스템에 반하는 보호주의적 조치에 반대한다. 우리는 다자주의를 계속 촉진하고 그러한 제한적인 조치에 저항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소속 8개 회원국 외교장관이 1일 발표한 성명서 중 일부다. 자유무역 질서를 해치는 미국의 각종 수출제한 조치와 공급망 재편정책 등에 맞서 WTO의 자유무역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하이협력기구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 18개국이 가입 신청을 했다. 이란을 비롯한 4개 옵서버국과 사우디아라비아 튀르키예 이집트 등 9개 대화 파트너국에 이어,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정상회의에서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5개국에 대화 파트너국 지위 부여 절차가 시작됐다. 상하이협력기구의 확대는 세계질서가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중심 '일극'에서 '다극' 체제로 변화

상하이협력기구는 1996년 러시아 중국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5개국협의체로 출발해, 2001년 우즈베키스탄이 합류하며 정식 출범했다. 2002년 채택된 헌장은 △상호신뢰 △상호이익 △평등 △상호협의 △문화적 다양성 존중 △공동 발전 추구 '6대 정신'과 △정치 무역 경제 과학기술 등 협력 △지역 평화와 안보의 공동 보장 △새롭고 민주적인 공정한 정치·경제 국제질서 촉진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앙숙 사이인 사우디와 이란의 동시 가입신청, 인도와 파키스탄이 함께 회원국인 사실은 상생을 추구하는 상하이협력기구 성격을 잘 보여준다. 사우디아라비아 빈 살만 왕세자는 "국제사회에서 상하이협력기구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사우디는 상하이협력기구 업무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라이시 대통령도 "상하이협력기구 멤버십은 이란과 다른 회원국 간의 관계발전을 위한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상하이협력기구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약 23조3000억달러로 출범 초기보다 13배 이상 늘었다. 2021년 중국과 상하이협력기구 각 회원국간 교역액은 3431억달러로 2001년의 28배에 달했다. 지난 9월 우즈벡정상회의는 회원국의 재정적 지원을 위한 'SOC 개발은행'과 'SOC 개발기금' 조성을 위한 협의를 지속키로 했다. 특히 "상호거래에서 차지하는 회원국 통화 비중을 점진적으로 높이기 위한 이행안을 채택했다"고 밝혀 '탈 달러화'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다극 질서의 탄생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북한의 가입 가능성 때문에도 주목받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과 '담판'을 통해 제재완화를 이뤄낸 후, 이를 통한 경제발전을 추구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그는 2019년 8월 5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보낸 편지에서 '나는 제재완화를 매우 원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두차례 담판은 실패했고 바이든 대통령과는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 확대에 따른 다극 국제질서의 등장은 쿠바 북한 등 미국 제재를 받는 국가들에게 또 다른 선택의 기회를 제공했다. 1970년대부터 미국 제재를 받아온 이란이 상하이협력기구에 가입하자 쿠바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11월 중 러시아와 중국 튀르키예 등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의 금수조치로 쿠바 상황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우리는 쿠바 개발을 계속 촉진할 수 있도록 경제적 정치적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쿠바의 변화 움직임 북한도 주시할 것

북한은 쿠바를 형제국으로 부른다.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사망하자 북한은 사흘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을 정도다. 쿠바의 이런 움직임을 북한은 예의주시할 것이다.

북-러의 밀착 움직임도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3월 러시아 규탄 유엔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5개국 중 하나다. 돈바스공화국 독립과 러시아 합병 승인 등도 가장 먼저 했다. 러시아와 중국도 지난 5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러시아가 제재를 받고 있음에도 경제발전을 지속 추진하는 상황은 북한에게 큰 관심사일 것이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다양한 밀착설이 북한의 변화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일지 주목된다.

장병호 외교통일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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