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특허청장

지난 5월 바이든 미국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시아 첫번째 순방지로 우리나라를 선택했고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했다. 미국의 국가·외교 전략이 기술안보 차원의 동맹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 확대라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다.

오늘날 기술패권전쟁 시대에도 유명한 고대 중국의 병법서 '손자'에 등장하는 '지피지기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다. 우리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의 기술동향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우리의 강점 또는 약점을 철저히 분석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허정보가 우리의 운명 좌우할 열쇠

이러한 관점에서 필자는 빅데이터 형태로 잘 정비되어 있는 특허정보가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열쇠라고 본다.

특허정보는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각고의 노력과 비용을 들여 만들어 낸 연구결과의 결정체이자 핵심자산으로 현시점에서 최신 기술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포함한다. 여기에 연구인력 관련기관 기업 등 해당 기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키-플레이어에 대한 정보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어 향후 기술발전 추이를 가늠할 수 있다.

일례로 반도체 제조의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관련 특허정보를 분석한 결과, 2019년 이후 해외기업의 특허출원이 2배로 급증했다. 이에 특허청은 우리기업이 특허분쟁을 예방·대비할 수 있도록 '지재권분쟁대응센터'를 통해 분쟁동향을 점검하고, 개별기업의 분쟁 상황별로 적합한 맞춤형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또한 특허청은 지난해부터 국내 기업 연구기관 대학 등에 백신 제조방법 관련 핵심 특허 829건 및 백신 원부자재 특허 228건으로부터 주요 기업의 기술동향을 분석한 결과를 제공해왔다. 이를 통해 우리 연구자들이 백신 연구개발 전략과 원부자재의 국산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었고, 그 결과 현재 4개 기업이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가경쟁력 기여하는 제도적 기반마련

이러한 사례를 보면 앞으로의 기술패권 전쟁 시대에는 산업·경제·안보정책 수립과 기업경영 의사결정에 특허정보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특허정보는 정확한 분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갱신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발명자·연구자 연계 정보, 권리자 변동 정보와 같이 기술력을 보유한 주체 및 특허권을 보유한 주체에 대해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정보 등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며, 이를 모든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정비해야 한다.

특허청은 특허정보를 필요로 하는 정부, 기업·국민들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산업과 기술경쟁력 분석에 특화된 글로벌 특허정보를 추가로 확보하고 있으며, 민간에 개방함으로써 선순환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특허 동향 및 분석 결과를 다른 부처·기관에 제공하는 등 대외 협력도 지속 확대 중이다. 이러한 특허정보의 활용 체계가 잘 정착되어 국가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 산업계가 특허정보를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상대와 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험난한 기술패권전쟁 시대에서 승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