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사람들의모임 대표

10년 만에 다시 지리산이 위험하다. 2012년, 지리산권 구례 남원 산청 함양은 각각 지리산 노고단 반야봉 제석봉 등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계획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4개의 케이블카 계획을 모두 부결해 일단락되었지만 이로 인한 갈등과 예산 낭비, 국립공원의 정체성 논란은 지역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지리산 정체성 논란 지역사회 '상처' 남겨

그 후에도 지리산권 지자체들은 케이블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구례 남원 산청 함양은 바래봉 종석대 제석봉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시도했다. 환경부는 그 모든 계획을 반려했다.

환경부가 케이블카 계획을 반려한 이유는 2012년의 권고사항인 '지자체들이 합의해 단일한 안을 올리라'는 것과 '반달가슴곰 서식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지리산 형제봉으로 올라가는 산악열차도 '원점 재검토'로 결론이 났다. 지금 다시 지리산이 위험하다. 올해 6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이 남원시를 '산악열차 시범사업'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국토부의 R&D 과제로 추진중이다.

남원시는 철도연에 육모정에서 고기삼거리를 거쳐 정령치로 오르는 13.22km 노선을 제안했다. 이 노선의 72%인 9.5km가 지리산국립공원이며, 종점부인 정령치 부근은 백두대간 핵심구역이다. 역사문화환경보존지구 1구역에 속한다. 이 사업은 법적 행정적 절차를 통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된다. 남원시도 공식적으로 '불확실하다'고 밝혔지만, 지리산 산악열차는 각종 법령의 규제에 걸릴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경제성 평가는 엉터리이고 열차 운행계획은 실현 불가능하다.

나무 한그루 베지 않는 친환경 사업이라더니 실행단계에 들어가자 벌목을 하겠다고 한다. 산간지역 주민 교통기본권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교통 불편만 초래한다. 노선 내 3개의 교량은 모두 산악열차의 중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 눈이 내렸을 때 산악열차를 운행하려면 선로를 열선으로 달궈야 하니 기후위기를 악화시킨다.

자연과 인간 공존 위한 '큰 그림' 그려야

이런데도 남원시는 1차 사업을 지리산국립공원 밖에서 한다는 핑계로 국립공원, 백두대간, 문화재 보호 등과 관련한 어떠한 절차도 밟지 않고 산악열차를 추진하려고 한다. 1차 사업 1km는 국비로 진행되는 사업이니 남원시가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업을 지역 갈등을 만들면서 쪼개기 편법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국비를 매몰시키고, 고철덩어리만 남기게 될 지리산 산악열차는 여기서 멈춰야 한다. 다행히 철도연과 남원시가 협약서에 서명하기 전이다. 지금 중단하는 게 가장 현명한 일이지만 철도연이나 남원시는 각자의 이익이 있으니 여기서 멈추긴 어려울 것이다. 국토부가 국비 매몰, 남원시 제안서의 거짓과 오류, 첨예한 지역갈등 등을 이유로 중단해야 한다. 그게 최선이다.

지리산은 민족의 영산이며, 제1호 국립공원이고, 백두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시작점이다. 지금 지리산에 필요한 것은 산악열차나 케이블카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 공존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노력에 국토부가 답하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