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 밀착? ··· "상황 설명, 연락 못 받아"

"정치 몰라, 원하는 건 진실·투명한 조사"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장에서 발언한 유족들은 정부의 무성의를 성토했다.

외국인 국적이지만 한국인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대학 언어학당에서 공부했다는 고 김인홍씨 어머니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왔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 사망 시간 공증받는데 계속 퇴짜를 맞고 해결하는데 6일 이나 걸렸지만 누구 하나 사과 한마디가 없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이 자리에 동참하게 된 것은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오열하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 |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26세 외동딸 이상은씨를 잃은 아버지는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는 어디 있었는지, 국가는 무엇을 했는지 답해야 한다"며 "제발 한 말씀만 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아쉬움과 원망도 나왔다. 고 이남훈씨의 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이 퇴근하고 들어오며 '엄마 배고파요' 하던 목소리가 맴돌고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 없이 출근 알람이 울린다"며 "그저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했던 아들이 이제 제 곁에 없다"고 흐느꼈다. 어머니는 "시신을 뿔뿔이 흩어 놓아 유가족끼리 만나지도 못했다"면서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진정성 있게 생각한다면 제대로된 조사와 사과를 아이들에게 해달라"고 눈물을 훔쳤다.

유족들 만남을 주선하지 않은 정부의 태도도 지적됐다. 방송통신대생으로 직장 생활을 하던 딸 이민아씨를 잃은 아버지 이종관씨는 "참사 17일이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유족 몇 명을 만났다"면서 "참사와 관련해 공감할 수 있고 서로 위로받을 수 있는 사람들은 유족들인데 (모임을 주선하지 않은) 정부의 대책은 비인도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유족의 모임 구성,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었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고 발생 경로와 내용, 수습 진행 상황, 피해자의 기본적인 권리 안내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대규모 인파의 운집이 예상됐음에도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미온적인 대처를 한 행정안전부 서울시청 서울경찰청 등 관련 부서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였던 고 이지한씨의 어머니는 "초동 대처가 6시 34분부터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희생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이다"며 "158명의 희생자와 다친 청년들도 구할 수 없었다면, 10만명의 아이들도 보호할 수 없다면, 5000만 국민은 누구를 믿어야 하냐"고 절규했다.

어머니는 "나는 정치는 모른다 (앞으로) 우리 청년들이 어처구니 없게 생매장 당하지 않도록 표본이 되게 형사적으로 책임자들을 엄하게 처벌해 달라"며 "찬란한 미래를 짓밟힌 아들 잃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이라고 밝혔다.

회견장에서는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유가족을 대신해 답변한 윤복남 변호사는 "영정 사진과 명단 공개는 희생자 추모가 제대로 되는지, 유가족 뜻이 반영되는지가 핵심이다"며 "유가족 의사에 따라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변 TF 간사 오민애 변호사는 "정부는 유가족 지원 대책을 일방적으로 공표할 게 아니라 참사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을 확인하고, 책임 규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지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며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어려움도 직접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변 TF는 참사 수사와 관련해서는 "특수본 수사가 미진하다고 판단된다면 유족과 협의해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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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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