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전망과 다른 결과

세제개편 시 확대 의향

조세연 설문조사 결과

정부 세제개편안대로 법인세를 깎아줘도 대기업 10곳 중 7곳은 투자·고용을 늘리지 않거나 유보적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 대한 감세를 하면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서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 전망과는 다른 결과다.

23일 국책연구원인 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간한 조세재정브리프(우리나라 법인세율 체계 개편 필요성 검토)에 수록된 설문조사 결과다. 이번 설문조사는 조세연이 한국리서치에 의뢰,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에 소속된 업체의 재무·회계 담당자 100명과 한국공인회계사회·한국세무사회·한국재정학회·한국세법학회에 있는 세제 관련 전문가 7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결과를 보면 법인세 과표구간과 세율체계가 개선되면 내년 투자와 고용을 올해보다 확대할 의향이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 대기업 관계자의 62.5%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8.3%는 '없다'고 했다. '늘릴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대기업 응답률은 29.2%에 그쳤다.

대기업뿐 아니라 기업 전체가 투자·고용 증대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응답한 기업의 47%는 법인세를 내려도 올해보다 투자·고용을 늘릴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늘릴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20%로 전체 기업의 67%가 투자·고용 확대 계획이 없거나 뜻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고용을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33%였다.

특히 중소기업은 법인세 인하에 따른 투자·고용 확대에 가장 소극적이었다. 응답자의 43.2%는 '잘 모르겠다', 32.4%는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투자·고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비중은 24.3%였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법인세 인하를 지지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의 83.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중견기업은 71.8%, 중소기업은 51.4%가 법인세 인하에 찬성했다. 기업 전체로 보면 67.6%가 찬성, 32.4%가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안대로 법인세를 인하하면 최고세율을 내는 100여개 기업이 최대 혜택을 받는다.

법인세 인하에 찬성하는 이유로는 '기업의 투자 및 고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라는 응답이 71.3%로 가장 높았다. 법인세 인하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법인세율의 인하효과가 대기업에만 돌아갈 수 있다'라는 응답이 7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재부는 이날 '법인세 과세체계 개편 필요성' 자료를 내고 조세연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연구는 법인세율 인하의 투자·고용 증가 효과를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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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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