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다시 올랐다. 당 최고 권력기구인 정치국의 6명 상무위원들도 그의 측근인 시자쥔(習家軍)으로 구성됐다. 3연임을 넘어 시 주석의 장기집권 기틀이 마련됐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중국공산당 당장(黨章)도 수정됐다. 개정 당장에는 시진핑 주석의 당 핵심 지위를 확립하고 시진핑 사상의 지도적 지위를 확립한다는 '2개의 확립'이 적시됐다. 시진핑의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에 박차를 가할 중국경제 미래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경제요소 확장 미국이 가장 두려워할 것

20차 당대회 보고서의 핵심은 '중국식 현대화'와 '국가안전'이다. '중국식 현대화'란 중국의 특수조건에 기초한 '사회주의 현대화'를 의미하며 이는 반드시 '중국공산당이 영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안전'은 미국과의 패권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인민의 단결'을 의미한다.

중국식 현대화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모든 인민의 공동부유'라는 표현이다. 이는 시진핑 3기 시대의 핵심과제가 부의 재분배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 중국공산당은 그동안 효율성을 최고로 여겨 왔으나 향후 공평·평등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전망이다. 자산축적은 자본시장과 금융시장, 부동산시장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이들 시장에 대한 통제가 보다 강화될 수 있다.

중국에서 정치가 시장 메커니즘을 결정하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산당의 정책이 각 지방 상황에 대한 고려나 조정없이 더 엄격하게 이행될 것이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차기 최고지도부 공개 후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중화권 증시가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당대회 후 닷새간 홍콩 증시에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기업지수의 하락률은 9%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금은 383억위안(약 7조1238억원)이 순유출됐다.

20차 당대회 보고서에서 '개혁·개방'이 눈에 띄지 않는데, 이번 당대회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1979년 시작된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7억 중국인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했다. 전통적 농업경제는 국영기업이 지배하는 굴뚝경제로 대체됐다. 그 결과 국영분야는 정치 기득권의 권력기반이 됐다. 공산당 1세대들은 청렴했지만 지금 공산당 내 만연한 부패는 미국과 기술패권전쟁에서도 걸림돌이다. 부패는 처단만으로 척결되지 않는다. 방지제도와 시스템을 갖추고 끊임없이 줄여나가야 한다.

중국경제가 질적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려면 시장경제요소를 확장하고 개인과 민간기업의 재산권에 대한 법적지위도 부여해야 한다.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요소인 자본·노동·토지·기술의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된다.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헌법에 명시했지만 자본의 가격인 이자와 환율을 국가가 결정(관리변동환율제)한다. 공기업에선 노동의 가격인 임금을 정부가 결정한다. 국가소유의 토지 사용권 역시 정부가 관할한다. 국영기업에서 개발된 기술의 특허권도 국가가 소유할 수밖에 없다.

핵심 생산요소를 국가가 소유하고 계획에 따라 생산·분배한다는 사회주의경제는 장점도 있지만 최대 단점은 '비효율성'이다. 대표적 사례가 옛 소련의 붕괴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000달러를 넘어섰고 젊은 세대의 의식은 급변하고 있다. 공산당에 대한 충성심과 애국심만으로는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이 자본·노동·토지개혁에 적극 나서야 할 이유다. 14억 중국이 시장경제요소를 확장할 때 이를 가장 두려워할 상대는 패권전쟁 중인 미국이 될 것이다.

시진핑 주석, 덩샤오핑의 지혜 배워야

시장경제요소 확장에 정치 기득권자들의 저항은 완강하다. 갖고 있는 권력의 많은 부분을 내려놔야 하기 때문이다. 국영기업과 연계된 정치적 이해관계를 단번에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 시 주석은 그들을 달래고 함께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기 지도부가 진정 국가와 민족을 위한다면 개혁·개방을 확대해야 한다. 시 주석은 개방·개혁 도입 당시 '신격화된 마오쩌둥 노선'과 투쟁을 불사하면서 당을 설득했던 '덩샤오핑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시장경제요소가 많아지면 한국 정부·기업·개인은 중국과 협력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중국을 깊게 이해해야 할 이유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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