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허위 입양 막기에 부족함 없어"

반대의견 "신분증 악용 가능성"

입양신고 때 당사자의 출석을 강제하지 않고, 신분증명서 제시만으로 가능하도록 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당사자가 직접 출석하지 않을 경우 신분증 악용 가능성이 있어서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허위 입양을 막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소장 유남석)는 청구인 A씨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23조 제2항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을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가족관계등록법은 입양 신고 과정에서 입양을 신고하는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으면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거나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자신의 조카 B씨가 C씨의 병세를 이용해 C씨의 양자로 허위로 입적했다고 입양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C씨는 A씨 부모의 제사를 대신 챙겨줄 정도로 A씨 형제들과 가까운 사이로 조사됐다.

C씨는 2016년 8월부터 약 10개월간 투병 생활한 후 사망했다. B씨는 C씨와 같이 살면서 병간호를 담당했다. B씨는 병간호하던 때인 2017년 2월 C씨가 자신을 양자로 입양했다고 신고했다.

C씨는 구청에 동행하지 않았고, B씨는 신분증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자필로 신고서를 작성한 뒤 C씨의 도장을 날인했다.

A씨 등 친지들은 B씨가 C씨의 병세를 이용해 수백억원의 재산을 독차지하기 위해 입양 서류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무효 소송을 심리하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A씨 등은 헌재에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A씨 등은 입양신고 때 본인의 출석을 강제하거나 본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명서만 제시하도록 한 가족관계등록법이 위헌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입양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입양신고를 가능하게 해 가족관계를 형성할 자유를 보장하는 한편 출석하지 않은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제시하게 하면서 입양 당사자 신고의사의 진실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비록 출석하지 않은 당사자의 신분증명서를 요구하는 것이 허위의 입양을 방지하기 위한 완벽한 조치는 아니더라도 해당 조항이 원하지 않는 가족관계의 형성을 막기에 전적으로 부적합하거나 매우 부족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신분증을 부정하게 사용해 입양신고하면 형법에 따라 형사처벌되고 허위입양은 당사자의 신고의사가 없으므로 언제든 입양무효확인 소송으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은 "신분증은 다양한 용도에서 사용되고 있으므로 상대방의 신분증을 가진 것을 이용해 입양신고에 쓸 수도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해당 조항은 당사자 사이에 진정한 입양의 합의가 존재한다는 점을 담보하기에 부족하다"며 "가족관계등록법은 허위의 입양신고를 조기에 바로잡을 실효적 조치조차 규정하고 있지 않아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넘어 입양당사자 가족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김선일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