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ECLAC

중남미 지난 10년의 경제가 1980년대 '잃어버린 10년'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UN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경제위원회'(ECLAC)에 따르면 2014~2023년 10년 동안 중남미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1970년대 연평균 경제성장률 5.9%뿐 아니라 1980년대 2%보다 적은 수치다. 중남미 국가에게 80년대는 잇따른 부채위기가 닥친 격변의 시기였다.

중남미 경제성장률은 지난 10년 동안 전세계 주요 대륙 중 가장 둔화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컸다. 전세계 대비 인구 비중은 8.4%에 불과하지만 코로나19 감염 비중은 25%를 넘었다.

ECLAC 사무총장 호세 마누엘 살라사르는 28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중남미는 지난 10년 최악의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발생하는 상태)을 겪고 있다"며 "미약한 투자와 낮은 생산성, 비효율적 교육이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미주기구에서 일한 바 있는 살라사르 사무총장은 "중남미가 경제적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면 '생산적 개발'에 전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적 개발은 민관의 자본을 △의료장비 △전기자동차 △녹색에너지 △제약 등 고부가가치 상품과 기술서비스 개발에 투입하는 것으로, 대학·연구기관을 아우르는 클러스터를 창출해 성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이 클러스터 모델을 성공적으로 활용했다. 콜롬비아의 보고타 지역이나 멕시코의 자동차부문 등에서도 성공했지만, 중남미 전체로 보면 드물었다.

그는 "국가주도냐 시장주도냐 같은 논쟁은 잠시 미뤄두고 클러스터 창출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중남미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은행 중남미·카리브해 수석이코노미스트 윌리엄 맬러니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낮은 투자와 생산성이 중남미 경제 문제의 핵심"이라며 "정부지출의 효율성을 높이고 세제시스템을 누진적으로 바꾸며 숙련된 기술자와 공학자, 관리자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살라사르 사무총장은 "중남미국가 경제는 미국과 유럽 중국에 원자재를 수출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반면 역내 상호교역 비중은 다른 대륙에 비해 왜소하다. 역내 통합이 세계경제 통합과 반대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상호보완적임을 알아야 한다. 중남미가 글로벌 가치사슬의 주요 부분이 되려면, 지역 내 생산망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그는 브라질과 콜롬비아 칠레 등 좌파 대통령이 이끄는 나라에 대해서도 "부의 재분배가 중요하지만 부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둘 다 필요하다.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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