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은행 어려움 이해, 규제완화"

은행 자금조달 어려워 '은행채 발행' 검토

5대 금융지주사들이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밝힌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채권시장과 단기금융시장의 '돈맥경화'는 풀리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매주 은행의 유동성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예상했던 정도의 신규 자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위원회는 7개 은행 담당 부행장(국민·농협·부산·신한·우리·하나·SC)과 은행권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연다.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전단채 매입 및 RP 매수 등 은행권의 시장 유동성 공급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이 단기금융시장에서 CP 등을 수조원씩 매입하고 있지만 이달 들어서 순증가액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며 "기존에 보유하던 CP 등이 상환되면 그 규모 이상으로 매입을 해야 시장에 뉴머니(신규 자금)가 들어오는데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은 CP ABCP 전단채 매입에 4조3000억원을 투입했고, 5조9000억원 규모의 MMF 매입, 6조5000억원 규모의 특수은행채와 여신전문금융채를 매입했다. 이달 1일 5대 금융지주는 95조원의 유동성 지원 계획을 밝혔고 은행을 통해 약 90조원을 집행하기로 했다. 시장 유동성 공급에 72조8000억원,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에 11조원, 계열사 지원에 6조원 등이다.

시장 유동성 공급에 입될 72조8000억원에는 은행채 신규 발행 중단 규모를 비롯해 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소상공인·중소기업·대기업 대출 등도 포함됐다. 지난달 채권시장과 단기금융시장에 투입된 16조7000억원 이외에 새로운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은행들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5대 은행의 한 관계자는 "예·적금이 늘었다고 하지만 그만큼 수시입출금 예금(요구불예금)이 빠져나가고 은행채 발행이 막히는 등 은행들도 자금조달이 쉽지 않다"며 "요구불예금 급감에 따른 대책 마련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공급된 은행의 유동성 지원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은행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28일 예대율 규제 추가 완화를 발표함에 따라 은행들은 8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은행채 발행 재개도 검토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돈을 쓰는데 부족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충분히 갖고 있다"며 "예대율 규제 등을 완화하는 한편, 은행채 발행도 고려 대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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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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