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 조사에서 2주 새 5.5%p나 급등하며 40% 턱밑까지 육박했다. 지난 5개월 동안 최고치다. '레임덕' 수준이라고 일컬어지는 30% 언저리에서 오랜 기간 횡보를 거듭하던 윤 대통령 지지율 급등 원인은 단 하나. 이 기간 중 벌어졌던 일들 가운데 가장 큰 건 화물연대 파업이었다. "민주노총이 윤 대통령을 살렸다"는 얘기가 세간에 파다한 이유다.

윤 대통령은 파업 초기부터 강경대응 일색이었다. 윤 대통령은 일찌감치 화물연대 파업을 '정치파업'으로 규정했다. 그러다가 산업계 피해가 커지자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에 대해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법이 만들어지고 20년 만의 첫 발동이다. 그러면서 명령에 불응할 경우 민형사상처벌 외에 자격정지-취소,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등 초강력 경고를 했다.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철강 정유 등의 피해가 커지자 추가 운송개시명령 발동도 예고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민주노총에 대한 이념공세도 전개했다.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말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민주노총은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지도부를 장악했다. 그래서 걸핏하면 한미동맹 해체를 운운하며 반미투쟁이나 하는 것"이라며 "국가의 산업과 안보, 민생을 파탄내는 민주노총과 대한민국은 함께 갈 수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5일에는 "민노총은 연쇄파업 와중에 국가보안법 폐지를 운운했고, 홈페이지에는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이 '민주로총에 보내는 련대사'를 버젓이 게재했다"며 "이번 민노총 연쇄 파업의 본질이 종북으로 점철된 정치투쟁이라는 자백"이라고 공세의 강도를 높였다.

박영수 의원도 국가보안법 폐지, 한미연합훈련 중단,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한미연합공중훈련 중단, 대북전단 살포자 처벌 촉구, 해리스 미 부통령 방한 규탄, 미 항공모함 입항 반대 등 민주노총 주장을 열거한 뒤 "민노총은 노동조합이 아니다. 그러니 해체하자"며 해체론까지 주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도 오르자 공세 강화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적대적 노동관에 기반한 공안통치를 강력한 리더십으로 착각하는 거냐"며 "윤 대통령은 노동계를 명백한 적으로 인식하고 말살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비난했으나 대통령실의 강경기류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화물연대 파업 후 윤 대통령 지지율 급등이 보여주듯, 상당수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대응을 지지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의힘도 지지율 급등에 고무된 반응이다. 국민의힘 대변인은 "1984년 마거릿 대처 총리는 탄광노조 총파업에 1년 동안 단호히 맞서 영국내 법치와 원칙을 바로 세웠다"며 "윤석열정부 역시 노동자의 탈을 쓴 '갈등산업 종사자'들을 과감히 축출하고 법치와 원칙이 바로서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대처의 길'을 걸을 것을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더 나아가 '레이건의 길'을 걷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의 대화에서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미국 노동총연맹 산하 협회장을 지낸 '노조 출신'이고 노조의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었지만, 항공 관제사 파업 때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이건은 취임 초기인 1981년 항공 관제사 1만3000명이 파업에 돌입하자 이들을 전원을 해고하고 다시 연방공무원으로 취업할 수 없도록 하는 초강경 대응으로 드셌던 노조의 기를 꺾은 바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 등 산업계 피해에 이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불편도 커지는 양상이다. 이미 휘발유-등유 품절로 문을 닫은 주유소들이 있고,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대당 3만원만 주유' 등 제한공급을 하는 주유소들도 많아 "이러다가 휘발유 공급이 끊기는 게 아니냐"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계속되는 가두집회에 따른 교통체증에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이나 파업을 적극 지지하는 야당-진보진영에겐 곤혹스럽고, 정부여당에겐 회심의 미소를 짓게 만드는 대목일 것이다.

정부든 노조든 무당층 지지가 생존 결정

정치전문가들은 흔히 현재 여론 판세를 '3 대 3 대 3'으로 규정한다. 여당 지지층 30%, 야당 지지층 30%, 무당층 30%라는 것.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대충 맞는다. 이때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게 '무당층'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전후로 급락했던 것도 무당층이 차갑게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는 것도 무당층의 신뢰를 얻지 못해서다.

이번 장기 파업에서도 최대 변수는 무당층의 향배다. 노조든, 정부여당이든 초정파적이며 날카로운 이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패퇴할 가능성이 높다. 진영 논리에만 매몰되지 말고, 진영에 속하지 않은 무당층의 지지와 동조를 얻을 수 있을 때만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미다.

박태견 뷰스앤뉴스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