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기공학

새해가 되면 우리는 다짐을 한다. 살을 뺀다든지, 운동을 열심히 한다든지 어쨌든 과거보다도 나은 내일을 생각하며 변화를 꿈꾼다. 그런데 "에너지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할 듯싶다.

사실 에너지는 꾸준히 바뀌어 왔다. 100만년 전, 원시인들은 아직 불을 익히지 못했고 거친 음식의 에너지에 의존했다. 10만년 전, 사냥꾼들은 바쁘게 움직이며 동물들을 사냥했고 요리하고 난방하기 위해 나무를 태웠다. 1만년 전, 원시적인 농업인들은 농경활동을 위해 동물의 힘을 사용했다.

근대 초기 1400년쯤 북유럽의 일부 사람들은 폭포의 낙차와 바람을 이용한 풍차를 활용한 기계적 에너지를 농사를 짓는데 사용했다. 1800년대 중반, 영국은 석탄을 본격적으로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동력을 발생시키는 증기기관을 개발해 사용했다. 1900년에 들어서면서, 현대인들은 석유를 활용하고 내연기관의 힘을 활용한 자동차를 통해 세계 곳곳을 누볐다.

이제 우리는 밤낮없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한다. 선진국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원시인 100배 이상에 달한다. 우리는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며 성장과 번영을 이뤄냈다. 그런데 또다시 에너지를 바꿔야 한다고 한다. 에너지 소비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빠르게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를 바꿔야만 하는 이유

체중계에 올라서면 "그래, 이제는 정말 빼야지!"라는 생각이 든다. 에너지도 마찬가지다. 지구를 가열시키는 주된 원인은 에너지다. 에너지는 대략 75%의 온실가스 배출에 기여한다. 에너지를 바꾸지 못하면 지구는 계속 뜨거워지고 인류가 생존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사실 에너지가 바뀌어야 할 이유는 많다. 대기·토지·수질오염 등 수많은 환경문제의 원인이다. 그리고 화석연료는 땅속에 묻힌 자원이기에 언젠가 고갈될 수밖에 없다. 탐사·채굴기술의 발전으로 고갈 시점이 조금씩 미뤄지고 있으나 100~200년 이후에는 전세계 인구가 충분히 사용할 화석연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기후변화가 가장 큰 문제다. 기후변화는 에너지가 변화해야 할 시점을 앞당겼을 뿐이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언제까지 변화해야 하는지도 정해진 상태다. 전문가들은 기후재앙을 피하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에너지는 이보다 5~10년 앞서서 달성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가 먹고 이동하고 생활하고 만드는 일상에서 에너지가 사용되므로 전체 변화를 위해서는 다른 요소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에 대한 생각들은 복잡하고 대립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에너지 수급상황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에너지 안보에서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충분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위해서는 태양광과 풍력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경쟁력 확보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수적이라 말하기도 한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편견이나 편향 없는 전문가를 찾는 일은 매우 어렵다. 에너지와 관련된 연구와 사업에는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다. 이러한 속성으로 전문가 그룹은 자신이 속한 에너지 기술·자원을 위해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정책을 결정하는 정부와 정치인, 그리고 의견을 전달하는 언론매체 역시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에너지 정책 수립과 실현 과정에서 형평성과 공평성은 중요한 가치이나 추상적이며, 달성되기 어렵다. 다만 '에너지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은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을 뿐이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길

에너지 정책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정치적 변화에 따라 흔들린다. 그러나 긴 호흡에서 볼 때 우리는 기후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렇기에 지속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는 바로 시민사회에서 비롯된다. 과학기술은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완벽한 답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판단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당연하겠지만 '공짜 변화'는 없다. 더 나은 미래와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누군가 해주는 것이 아닌 우리의 선택과 행동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