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반 새 50만명 증가 … 검증 안됐지만 친윤·친이 골고루 섞인 듯

투표소 안가고 모바일로 투표 … "당협위원장 '오더'? 영향력 약해"

윤 대통령 '친윤 당권' 고수 … "대통령 도와야" "지나친 당무개입"

최근 이뤄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의원의 약진이 뚜렷하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여권에서는 "실제 전당대회 표심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더 설득력 있게 통한다. 여론조사는 일반국민(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이뤄지지만 전대는 국민의힘 당원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진다. 투표층 자체가 다른 것. '당심'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당원 80만명 △모바일 투표 △'윤심'(윤석열 마음)이 '당심'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3대 변수로 꼽힌다.

답변하는 김기현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대선 때 당원모집 경쟁 = 전대 투표권을 가진 당원이 80만명에 달한다. 역대 최대규모다. 2021년 6월 전대에서는 28만명이었고, 2021년 11월 대선 경선에서는 55만명에 달했다. 이후 계속 당원이 늘어 80만명에 육박하게 됐다.

결국 1년반 새 50여만명이 늘어난 것이다. 이 50만명의 '표심'은 제대로 검증된 적이 없기 때문에 객관적인 추정이 어렵다는 관측이다.

다만 당내에서는 당원이 급증한 과정에 주목한다. 2021년 6월 전대 이후 대선 후보들이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모집에 적극 나섰다. 조직동원이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윤석열 당시 후보측 조직이 가장 강했다는게 정설이다. 실제 대선 경선 결과 윤 후보는 당원투표에서 57.7%를 얻어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당시 입당한 당원 상당수는 윤 대통령에 가깝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2021년 11월 대선 경선 이후에도 당원 가입은 멈추지 않았다. 1년 사이 20만명 넘게 늘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영향력에 주목한다. 이 전 대표는 친윤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꾸준히 당원 모집을 독려했다. 당내에서는 '이준석 당원'이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추정대로라면 1년반 새 급증한 50만명에는 친윤(친윤석열)과 친이(친이준석)를 주축으로 다양한 성향의 당원이 골고루 섞여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 성향의 당원이 더 많이 투표하는가에 따라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판가름 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국수 먹는 안철수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이 19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국수를 먹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태 기자


◆"당협위원장 영향력 약해" = 이번 전대도 모바일 투표가 전면적으로 이뤄진다. 2017년 7월 전대 당시 처음 도입된 모바일 투표는 투표의 편리성 덕분에 투표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역할을 했다. 투표율을 높이는 효과와 함께 조직 동원이라는 정치권 폐습을 차단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7월 이전에 이뤄진 전대는 투표권을 가진 당원이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투표소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투표율도 낮았다.

역대급 흥행이 됐다는 2014년 7월 새누리당 전대의 경우에도 선거인 20만 3000여명 가운데 6만 4000여명이 투표(31.7%)하는데 그쳤다. 1위 김무성 대표가 얻은 표도 겨우 3만 9553표(1인 2표제)에 그쳤다. 과거 전대에서는 당원 2만∼3만명만 '내 표'로 가져올 수 있으면 승산이 높았던 셈이다.

이 때문에 당시 유력주자들은 막대한 조직과 자금을 동원해 자신과 가까운 당원들을 투표소로 실어나르는 '봉고 투표' 경쟁을 벌이곤 했다. 국민의힘 당직자 출신 인사는 19일 "과거 전대에서는 내 편을 얼마나 더 많이 투표장에 데려가는가에 승패가 달렸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3.8 전대는 80만명이 모바일로 투표한다. 2021년 6월 전대 당시 투표율(45.3%)만큼만 나온다고해도 40만명 가까이 투표하게 된다. 모바일 투표라 '봉고 투표'는 아예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당협위원장들에 의한 '오더 투표'(투표대상을 사전에 지시하는 투표) 가능성도 얘기하지만 비대면 모바일 투표인데다, 투표자가 수십만명에 달한다는 점에서 "오더는 영향력 없을 것"이라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비윤 의원은 19일 "당협위원장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당원은 손을 꼽는게 현실이다. 조직력이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친윤이 조직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지만 그게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지 의문"이라고 진단했다.

◆전대에 뛰어든 윤 대통령 = '윤심'도 전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윤 대통령은 '친윤 당권'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명확해 보인다. 친윤이 김기현 의원을 공개적으로 미는 동시에 나경원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당권을 향한 노골적인 의지 표현은 당원들로부터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 일부 당원은 "윤석열정권 성공을 위해 김기현을 밀자"는 흐름이다. 지난해 말까지만해도 하위권에 머물던 김 의원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온 것만 봐도 일부 당원이 '윤심'에 호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윤 대통령의 당권 의지를 "지나친 당무개입"로 보면서 반발하는 기류도 강해진다는 분석이다. 나경원·안철수 등 비윤으로 내몰린 주자들의 지지가 여전히 만만치않은 이유로 꼽힌다. 윤 대통령의 당권 의지에 대한 거부감이 물밑에서 계속 확산된다면 결선투표에서 "대통령을 밀어주자"는 '친윤 당심'을 위협할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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