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cancel

내일신문

[윤재석의 세상탐사]

독도 수호, 민간에만 맡길 건가

등록 : 2012-02-24 14:31:03

일전, 이른바 'hold back'이란 영어 표현을 놓고 전국이 시끄러웠다. 2008년 7월 9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 후쿠다 야스오 당시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는 것. 그러자 이 대통령은 후쿠다 총리에게 "표기를 'hold back'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세간에서 이 표현이 '기다려 달라'와 '자제해 달라'는 두 가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문맥상 이 표현은 일본으로 하여금 다케시마 표기를 '기다려 달라'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명백한 굴욕외교라는 것이 이 대통령 반대 세력의 일치된 주장이었다. 이들은 설혹 그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해도 명확한 반대 의사가 아닌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논란을 지켜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외교의 방식엔 사안에 따라 방법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물밑 외교'와 '노이즈 외교'가 그것.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 당국의 탈북자 북한 송환 방침에 대한 해결을 끌어내기 위해선 물밑 외교가 제격.

하지만 독도 영유권 문제는 결코 물밑 외교로 추진할 사언이 아니다. 어차피 상대방이 정부와 민간 차원의 입체공략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식 이하의 언행을 보여 오고 있으니 우리도 적극적으로 노이즈 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원수가 단호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흥미로운 것은 민간에서 외려 독도 수호를 위한 노이즈 외교를 활발히 하고 있는 점이다. '기부천사 가수' 김장훈이 세계 16개 주요 도시에 독도 포스터를 붙여 화제다. 김장훈은 한국 홍보 전문가인 성신여대 서경덕 객원교수와 함께 이 작업을 진행했다.

세계 주요도시 번화가에 독도 포스터

두 사람은 18~20일 미국 뉴욕을 비롯해 일본 교토, 중국 상하이,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 멕시코 멕시코시티,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등 오대양 육대주 16개 도시 번화가에 현지 유학생과 재외 교포의 도움을 받아 도시마다 100장씩 모두 1600장의 포스터를 붙였다. 순전히 자비로 이 작업을 한 것이다.

서 교수는 "작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1면에 독도 관련 한글 광고를 게재했고, 그 디자인을 이용해 포스터를 제작했다"며 "독도는 지리적으로,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영토이기 때문에 포스터에는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보다 한글과 관광 등 한국 문화를 접목해 홍보 효과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노이즈 외교이면서도 단도직입적으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기보다 대한민국의 수준 높은 문화를 컨텐츠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가히 외교 훈장 수여감. 김장훈과 서경덕의 콤비 환성적인 플레이,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

뮤지컬 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극단 로얄씨어터(대표 윤여성)는 다음달 22~24일 서울 서대문 문화체육회관에서 'Rescue Land, 독도는 우리 땅이다!'(극본 국민성, 연출 류근혜, 음악 박진규)를 공연한다. 독도에 대한 국민의식이 희미해지는 세태를 다잡아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확고한 의식을 심어주고 싶어서라는 게 제작진의 기획 취지다.

1980년대 중반 가수 정광태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란 곡을 준 작사·작곡가 박문영씨도 독도를 향한 국민의 단호한 입장을 고취하기 위해 특이한 형식의 캠페인에 나선다. 박씨는 독도를 향한 국민의 단호한 의지를 못 박는 대규모 플래시몹(flash mob)을 25일 오후4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아트리움 메인광장에서 개최키로 했다.

타임스퀘어에서 대규모 플래시몹

플래시몹은 지난 2003년 6월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놀이로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을 통해 특정한 날짜와 시각, 정해진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안에 주어진 행동을 동시에 하고 뿔뿔이 흩어지는 깜짝쇼. 독도 캠페인 방식으론 제격이다.

특히 박씨는 30년 전 발표한 '독도는 우리 땅'의 노랫말을 현 실정과 어울리지 않거나 바뀐 정보를 토대로 10여 군데에 걸쳐 수정했고, 이 노래에 군중들의 율동이 더해질 거란다. 노래는 박씨와 테너 최태경씨가 직접 부를 예정이라고.

그런데 정작 정부는? 지금이 임진왜란 때도 아니고, 병자호란 때도 아니고, 6·25전쟁 때도 아니고 대명천지 21세기인데….

윤재석 프레시안 이사

twitter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