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할 때 연기 자욱, 앞이 안보일 정도"

"시설개선 요구해도 '당장 어렵다' 반복"

"조리하다보면 연기가 자욱해 앞이 안보일 정도입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심영미 급식분과장(사진)은 지난 26일 내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학교 급식실 환경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학교 급식실 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심 분과장은 19년째 초·중등학교에서 일해 온 급식노동자다. 그로부터 학교 급식실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지난해말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암 검진 결과가 처음으로 공개됐는데.

10명 중 3명꼴로 이상소견이 나왔다. 특히 '폐암 의심' 비율이 일반 여성의 폐암 발생률과 비교해 약 35배나 높았다. 공개된 것은 일부분이다. 전체 검진 결과가 나오면 훨씬 심각할 것 같다. 서울 지역의 경우 이번 겨울방학에 검진을 받는 학교가 많은데 이미 결과가 나온 인근학교에서는 폐암환자가 나온 곳도 있다고 들었다.

■학교 급식실 환경은 어떤가.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는 급식실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 급식실을 지을 때부터 급식노동자의 의견이 반영돼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새로 옮긴 곳은 신설학교인데도 급식실 환경이 열악하다. 배기가 잘 안돼 기름에 음식을 볶으면 연기가 자욱해 안보일 정도다. 전과 튀김을 동시에 하는 날이면 아주 미칠 지경이다.

산중턱에 지어진 학교가 많지 않나. 이런 학교는 급식실이 1층에 있어도 뒤는 산에 막혀 사실상 반지하로 보면 된다. 그만큼 환기가 안된다. 창문이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지금 근무하는 학교도 창문이 없다가 얼마 전 미닫이문을 하나 내준 게 다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반응은 어떤가.

급식시설 개보수를 요구하면 급식실을 다 뜯어고쳐야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 중에선 후드장치만 조금 바꿔도 급식실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분도 있는데 교육당국에서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

전처럼 연기가 많이 나는 메뉴를 좀 조정해달라는 요구에도 '한국 사람이 어떻게 전을 안 먹을 수 있냐'고 하더라. 그냥 전 부치다 죽으라는 소리로 들리더라.

■급식노동자 1인당 학생 수가 많다고 들었는데.

학교 급식 조리노동자 1인당 130명 이상의 학생을 담당한다. 주요 공공기관에서 1인당 급식인원이 65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노동 강도가 2배에 달한다.

특히 서울시교육청 배치기준은 17개 시·도 중에서도 꼴찌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배치기준 조정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일단 올해는 2017년도에 만든 배치기준이 그대로 적용된다. 6년 넘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배치기준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뭔가.

배치기준을 개선하려면 사람을 더 써야한다. 결국 예산문제다. 요즘은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다. 노동 강도는 세고 일하다 폐암에 걸릴 수도 있는데 누가 일하려 하겠나. 1년에 2차례 채용공고를 내는데 서울의 경우 2021년부터 지원자가 모자라 미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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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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