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김기현 출정식'에 대거 참석 … '나경원 비판'에 초선 50명 동참

야, 이재명 "민생에 전념해달라"는데도 검찰출석 때마다 대거 동반

검찰 출석 앞서 민주당 의원들과 인사하는 이재명 대표 |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조사 통보를 받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여야 의원들이 3년만에 열린 1월 국회는 사실상 방치해놓고 여야 상층부의 눈도장 찍는데만 바쁜 모습이다. 본인들은 정치적 소신에 따른 행보로 설명하지만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28일 경기도 부천과 서울 서초동에는 여야 의원들이 각각 운집했다. 이날 부천에서는 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의 '수도권 통합 출정식'이 열렸다. 같은 날 서초동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차 검찰 조사가 이뤄졌다. 3년만에 열린 1월 국회는 거의 아무런 성과도 내놓지 못한 채 문을 닫을 상황인데, 여야 의원들은 엉뚱한 곳에서 바빴던 것이다.

부천의 한 체육관에서 열린 김 의원 출정식에는 현역의원 28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50여명, 당원 8000여명이 참석했다고 주최측은 밝혔다. 의원 중에는 수도권 뿐 아니라, 영남권과 비례대표도 상당수 함께 했다. 이날 행사는 의원들과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자발적으로' 인원을 모으면서 8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당협위원장은 SNS에 대형버스로 당협 소속 당원 수십명을 체육관까지 나른 장면을 '자랑'하기도 했다.

'수도권 통합 출정식' 참석한 김기현 의원 | 국민의힘 당권 주자 김기현 의원이 28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중동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이기는 김기현 캠프 수도권 통합 출정식'에서 당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김 의원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의원이 공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한 수도권 당협위원장은 29일 "김기현 후보가 정말 당을 잘 이끌어 윤석열정부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며 '자발적으로' 인원을 모은 배경을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영하에 머무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때에 대규모 버스 동원해 체육관에 당원들 집합시키는 분이 있다고 한다. 아직도 예전의 줄세우기, 체육관 선거인 줄 아냐"(윤상현 의원)는 비판이 나왔다. 8000여명을 '집합' 시킨 출정식이 '공천을 앞세운 줄세우기'라는 비판이다.

앞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50명은 지난 17일 전당대회 출마를 고민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전체 초선 63명 중 대부분이 참여한 것. 초선의원들이 집단으로 중진을 겨냥한 비판성명을 낸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당사자들은 나 전 의원의 무책임한 정치행태를 비판하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지만, 당 안팎에서는 "초선들이 줄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반박을 내놨다. 박지원 전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초선의원들이) 줄을 공천 주는 길로 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28일 민주당 이 대표의 서울중앙지검 출석 현장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함께 했다. 이 대표가 "의원들은 민생에 전념해달라"며 서초동에 오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초동에 출동했다. 이날 오전 이 대표가 출석할 때는 정청래 장경태 박찬대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얼굴을 내밀었다. 이 대표가 이날 밤늦게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는 숫자가 늘어 20여명의 의원이 이 대표를 맞았다. 이 대표가 지난 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할 때도 민주당 의원 40여명이 얼굴을 비쳤다. 일부 의원들은 "혼자 보내기 안쓰러워서" "비가 오면 같이 맞아줘야"라며 이 대표와 함께한 이유를 밝혔지만, "유죄판결 나더라도 '옥중공천' 불사할 이 대표에게 딱붙어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일 뿐"(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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