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30%까지 오른 팁

집 매수인 주도권 확고

미국에서는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갈수록 예전에는 보기 어려웠던 진풍경이 생겨나고 있다.

각종 서비스업체가 고객에 요구하는 팁 액수가 과도해져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거래가 얼어붙은 주택시장에서는 매도인(셀러)이 매수인(바이어)를 붙들기 위해 가격 할인은 물론 취득세와 중개인 수수료 등 매매 계약때 발생하는 부대비용(클로징 코스트)을 내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 펨브로크 파인의 주택밀집지역 전경. 인플레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급속한 금리인상으로 미국 주택시장은 얼어붙었다. AFP=연합뉴스


◆팬데믹 거치며 강요로 변질된 팁 문화 = 미국 전역의 대부분 서비스 업소에서 팁을 사실상 강요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조용한 불만과 분노를 터뜨리고 있다고 CBS뉴스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객이 서비스를 받는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대략 10~15%를 자발적으로 내던 팁 문화가 펜데믹을 거치며 지나치게 변질되고 있다.

예전에는 팁을 받지 않던 경우나 장소에서도 팁을 요구하거나 디지털 기기로 지불하는 시스템에서 팁 액수를 선택하도록 돼 있는 등 사실상 팁을 강요받고 있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이제는 식당에서 10% 팁은 사라진 추세이고 고객들은 기본이 15~18%, 많게는 20~30%까지 팁을 내도록 요구받고 있다. 일부 식당에서는 대략 18%의 팁을 청구서에 미리 포함시켜 결제케해 이중으로 팁을 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

상당수 업소에선 고객이 아이패드 같은 디지털 계산기에 카드로 대금을 지불할 때 팁의 액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종업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노 팁'을 선택하기 어려워 최소한 15%의 팁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내고 있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음식을 주문한 뒤 고객 본인이 직접 받는 경우에도 팁을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다. 이 때문에 차량을 운전하며 물건을 사는 드라이브 스루 때도 팁을 부과 받고 있는 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어 동네 빵집 등에서 머핀 한 개, 커피 한잔을 살 때에도 팁을 내도록 요구받는 사례마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소비자들은 물가급등으로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폭등한 와중에 지나친 팁을 강요받는 상황을 SNS에 올리는 방식으로 조용한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고 CBS뉴스는 전했다. 이 같은 과도한 팁 강요는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줄이거나 주문을 급감시켜 영업 손실 등 역작용을 부를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 냉각에 매수인 혜택 대폭 늘어 =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거래가 급속히 냉각되자 셀러와 바이어의 역관계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각종 혜택을 누리고 있다.

CBS뉴스는 26일 셀러들이 거래 성사를 위해 바이어들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각종 양보조치를 제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어의 혜택으로 '바이 다운(Buy Down)'이 꼽힌다.

미국에서 집을 살 때는 구매자가 최초 불입금인 '다운 페이먼트'(Down Payment)를 건네는 데 통상 집값의 20% 수준이다. 이 때 다운 페이먼트를 추가로 1만~2만달러 더 내면 첫 2년 동안 모기지 이자율을 시중금리보다 낮게 적용해주는 제도가 바이 다운이다.

예를 들어 연 이자율 6%의 모기지 대출을 끼고 50만달러짜리 주택을 살 때 바이어가 셀러에게 다운 페이먼트 20%(10만달러) 외에 1만~2만달러를 추가로 지불하면 주택 구매 첫 해에는 모기지 이자율 4%를 적용받고 둘째 해에는 5%, 셋째 해부터 6%를 적용받는다. 셋째 해에 시중 모기지 이자율이 내려가면 재융자를 받으면 된다.

최근 거래되는 주택 전체의 절반은 집값 인하 뿐 아니라 취득세와 감정료, 부동산 중개인 수수료, 변호사 공증 비용 등 부대비용인 '클로징 코스트'(Closing Cost)나 수리비 지원 등 혜택도 바이어에게 제공된다.

◆서부지역선 셀러 60~70%가 양보조치 제시 = 특히 주택거래가 급감한 지역일수록 셀러들의 양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전문업체 레드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 주택의 42%는 셀러들이 집값을 내렸거나 클로징 코스트, 수리비 등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어에게 양보조치를 취한 셀러의 비율은 지난해 10월 36%에서 11월 39%, 12월 42%로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거래가 얼어붙은 서부지역 대도시에서 이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샌디애고는 셀러의 73%가 바이어에게 양보를 했고, 피닉스는 63%, 라스베가스는 61%를 기록했다. 또 덴버는 셀러의 58%, 로스앤젤레스는 53%, 애틀란타는 51%, 워싱턴DC는 45.3%로 집계됐다.

올 한해 미국 주택시장은 바이어가 우위를 차지하는 바이어스 마켓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셀러들의 양보조치와 각종 아이디어들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워싱턴=한면택 특파원 hanm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