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민원처리 소홀과 복무기강 해이에 비판 쏟아져 … 인력난 해소 등 근본 대책 필요

경찰이 영하의 한파 속에서 만취한 남성을 귀가 조치하다 거주지인 빌라 앞에 방치하고 떠나 결국 사망 사고로 이어졌다. 앞서 추위를 피해 지구대에 찾아온 할머니를 심야 거리로 내몰아 구설수에 올랐던 경찰이 며칠 만에 또 다시 소홀한 민원처리와 복무기강 해이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 2명을 지난 26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7시 15분쯤 서울 강북구 수유동 다세대주택 대문 앞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당시 서울 지역의 최저 기온은 영하 8도를 밑도는 수준으로 한파경보가 내려졌었다.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성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이 남성은 주택 위층에 혼자 살던 60대 남성 A씨였다.

◆지구대 경찰관 2명 입건 = A씨는 사고 당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로 지구대에 인계된 뒤 순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경찰관들은 A씨의 정확한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자 오전 1시 28분쯤 야외 계단에 앉혀 놓고 돌아갔다. 경찰은 해당 경찰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 한 뒤 업무에서 배제했다.

앞서 부산에서는 추위를 피해 지구대를 찾아온 70대 여성을 경찰관이 끌어내고 문을 잠궈 사회적 공분을 샀다.

지난달 14일 자정쯤 부산에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막차를 놓친 B씨가 추위를 피해 인근 지구대를 찾았다가 경찰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갔다. 다른 경찰은 지구대 문을 걸어잠그기도 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부산 동부경찰서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에 "사회적 약자를 더욱 배려하고 국민들의 작은 목소리도 세심하게 살피는 등 공감 받는 경찰이 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는 서장 명의의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해당 지구대에 항의 전화를 한 시민에게 경찰관이 "아! 그럼 계속 화내세요"라고 응대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B씨는 당시 지구대 근무자들에 대해 고소장을 냈고, 경찰은 자체 진상 파악과 함께 고소장에 따른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근무자들은 B씨가 직원들에게 무례한 말을 해 밖으로 내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B씨는 "노숙인도 아니니 친절하게 대해달라"는 취지의 말을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일선 파출소 소속 한 경찰관은 "결과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게 한 것은 지구대·파출소 직원들 잘못"이라면서도 "밤 시간의 경우 상대하는 시민 다수가 주취자인 데다 다른 행정기관이 운영되지 않으면서 민원이 몰리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제대로 응대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절도 연루 망신살 = 그런가하면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은 현직 경찰관이 시민과의 추격전 끝에 붙잡힌 사건도 발생했다. 경기도 광주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C경위는 지난해 12월 23일 밤 12시쯤 경기 광주시 오포읍 한 도로에서 시민이 몰던 차량과 부딪힐 뻔했다. 시비가 붙은 이들은 도로변에 차를 정차했다. 차에서 내린 시민이 음주운전을 의심하는 질문을 하자 C경위는 차를 몰고 그대로 도주했다. 얼마 가지 않아 막다른 골목에 들어선 C경위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체포됐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경찰관이 오히려 절도범죄를 저지른 사건도 발생했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지난해 11월 골프장 탈의실 사물함에 보관 중인 이용객의 금품을 훔친 혐의(절도)로 광주 서부경찰서 한 지구대 소속 D경사를 입건했다.

◆직무 스트레스 해소 필요 = 계속되는 경찰과 연루된 사건사고에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잇단 사고가 개인의 일탈로만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구대와 파출소 등 지역 경찰관들의 근무 여건 문제에 대한 지적이다.

지구대나 파출소 같은 경우는 24시간 내내 당직이 계속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사건·사고 현장에서 초동 대응, 각종 수사 지원, 취객이나 민원인 상대 등 업무 자체도 까다롭다. 여기에 경찰인원 총 13만2000여명 중 지구대·파출소 등 지역경찰은 4만9000여명에 불과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가 일선 경찰관들의 근무 기강 해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뢰해 분석한 전국 경찰관 상황별 진료자료를 보면 우울증 진료를 받은 현직 경찰관은 △2019년 1077명 △2020년 1116명 △2021년 1358명으로 꾸준이 늘었다. 또 경찰 마음동행센터 전체 이용자와 상담 횟수는 △2019년 6183명·1만3245회 △2020년 8961명·1만7487회 △2021년 9940명·2만1881회 등으로 확인됐다. 이 중 정신과 진료까지 연계된 이용자와 상담 횟수는 2019년 이용자 157명에서 2021년 251명으로 증가했다.

개개인에 대한 문책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