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은 외국인 3명 중 1명 꼴로 확진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자체에서는 정보관리시스템 먹통으로 중국발 입국자 명단 파악이 안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경유 입국여부를 확인할 방도가 없어 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PCR 검사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승객정보 사전분석 시스템에서 연계받은 정보를 검역정보 사전입력 시스템에 이관하던 중 일부 입국자 정보가 일시적으로 누락돼 지자체마다 확인 불가한 현상이 발견됐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렇게 단순 실수로 발생한 사건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는 일선 현장의 IT 무지에서 비롯된 매우 심각한 일이다. 질병청과 지자체에는 중요 데이터를 어디다 저장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컴맹'만 있단 말인가.

만일 입국자 데이터를 일반 파일 대신 데이터베이스(DB)에 입력 저장해 관리했다면 그 데이터는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다. 실은 '만일'이 아니라 원래 그렇게 저장했어야 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DB화 하지 않았다. 파일저장 방식이란 보통 워드, 아래아한글, 엑셀 같은 데 데이터를 저장하는 걸 말한다. 이들은 DB가 아니다. 따라서 '누락됐다'는 말은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질 않고 일반 허술한 파일에 입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DB에 들어가는 데이터는 한번 입력되고 나면 유실되는 일이 없으며 영구적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일반파일은 영구기억 기능을 결코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DB와 다르다. 따라서 데이터가 유실되는 경우를 결코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데이터 유실은 후자에 속한다.

일선현장의 IT무지에서 시작된 사고

파일 사용 관행은 기업이나 공공기관 현장에서 수없이 반복되고 있으나 DB 사용 으로 개선되지 않은 채 늘 은근슬쩍 그냥 넘어가는 이유는 현장에 데이터베이스 기술을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기술이란 IT 기술 중에서는 매우 초보에 속하는 것이다. 초보 정보처리기능사 혹은 정보처리기사 한명만 고용하면 간단히 할 수 있는 기초작업에 해당한다. 질병청에 이런 정보처리 인력이 한명 없다는 것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다.

질병청뿐만이 아니다. 이런 인력은 지자체마다 역시 적어도 한명씩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PCR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이후에 확진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데이터 유실 가능성을 차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영구 저장 기능이 결여된 단순 파일 속에 데이터를 저장했다는 뜻은 일을 대충 처리하고 넘어가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이런 음성판정 후 확진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변이가 유입될 수 있어 데이터 영구 보관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질병 당국이 확진 관련 데이터를 영구 보관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사후 대응 또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은 "중국서 출발한 입국자 정보를 큐코드에 우선적으로 긴급 이관해 긴급 대응이 완료됐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스템간 연계현황을 전수 점검하는 등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도 여전히 재발할 것이 불 보듯 분명한 이유는 여전히 DB로 관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다면 향후에는 단순 파일에 입력하지 않고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겠다고 하면 될 것을 놓고 '시스템간 연계' 운운하는 것만 봐도 종전 파일관리 관행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간 연계현황 점검은 기술로써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즉 몸으로 때워 매번 대처해 나가겠다는 발상이다. 이것은 마치 이미 신석기 시대가 도래했으나 여전히 구석기 시대적으로 살아나가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활용할 가치 있는 데이터는 DB화 해야

질병청 당국은 유실된 데이터에 대해 '정상화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으나 그것은 땜질 처방 수준이지 정당한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 진정 개선을 원한다면 이번을 계기로 데이터를 영구저장 기능이 없는 단순 파일에 집어넣지 말고 앞으로는 데이터는 DB에 넣어 관리해 나가겠다는 개선책을 발표했어야 한다.

질병청이나 지자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DB에 넣으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추후에도 활용할 가치가 있는 데이터라고 판단되면 그들은 반드시 DB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데이터 유실 사건으로 인해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방역망 곳곳에 다른 허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중국에 들렀다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오는 사람은 감시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되는 맹점에 손을 못쓴다.

문송천 카이스트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