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고용노동부의 '제4차 고용정책 기본계획'에 따르면 5인 이상 기업에서 부족한 인원은 작년 10월 현재 42만6000명에 이른다. 2021년에 비해 18.7% 증가한 숫자이고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부족인원수라고 했다.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0.4%를 기록한 데서 볼 수 있듯이 경기둔화세가 나타난 가운데 일어난 최악의 구인난이라서 의견이 분분하다. 산업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 데서 오는 부조응(미스매치)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지표상의 상충현상은 다각도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경기선행지표로 꼽히는 구리가격은 지난 3개월 간 20% 이상 상승했고, 아연 알루미늄 철광석 가격과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반면 또 다른 경기지표로 사용되는 해상운임은 같은 기간 폭락했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전망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경기상승지표와 하강지표가 혼재된 상황이다.

그 와중에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금리상승세가 꺾일 것이라는 기대가 세를 얻으면서 자본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늘어나는 등 새해 들어 단 몇주 만에 시장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졌다.

경기에 대한 경제관료들의 인식도 바뀌는 느낌이다. 경제부총리도 올 1분기 양(+)의 경제성장률을 기대하는 등 낙관적인 전망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1월 예상밖의 증시상승은 이런 기대를 선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일부이겠지만 지난 정부 후반을 휩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현상, 즉 금리인하로 인한 대세상승장을 나만 놓칠까봐 무리해서 선투자하는 현상마저 다시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 낙관론 커졌지만 근거는 매우 취약

그러나 낙관론의 근거는 여전히 취약하다. 미 노동부의 1월 고용상황보고서가 시장 예상과 다른 결과 하나를 보고하자 그간 안정되는 듯 보였던 달러화의 강세가 다시 나타났고, 원달러 환율이 크게 출렁거렸다.

빅테크 유통기업 등을 필두로 하는 대량해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는 시장예상치의 3배에 이르는 51만7000개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1월 실업률은 54년 만에 최저라 했다. 양호한 고용지표는 미 연준이 금리인상을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와 충돌하고 인위적인 경기침체를 유도해 물가를 잡겠다는 연준의 정책의도를 강화할 것이다. 고용지표로 본 미국경제는 여전히 금리인상 여력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어떤가. 1월 말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의 전망값보다 0.2%p 올린 2.9%를 제시했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 은 기존 2.0%에서 0.3%p를 낮췄다. 벌써 세차례나 하향조정 해 일본보다 낮아졌다.

신흥국 선진국을 통틀어 한국만 낮춘 배경에 관심이 높다. 물론 한국은행이 작년 11월 1.7%로 전망한 만큼 IMF도 국내 예측기관들의 컨센서스에 부합하는 수치를 제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할 수는 있다. 그러나 뭔가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IMF는 한국의 물가불안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보고서의 소제목이 '정점에 도달한 인플레이션'이라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IMF가 대부분 국가군의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한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한 데 있다. 그러나 한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5.2%로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물가가 낮아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정책당국이 직면할 진퇴양난은 갈수록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물가를 먼저 잡아야 한다는 IMF의 권고와 이에 동의하는 정책기조로 보면 한국은행은 조만간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금리인상은 수출감소와 무역적자, 가계부채, 미분양 부동산과 PF문제로 인한 금융불안, 내수소비 급감과 기업의 수익 악화 등 나열되는 모든 악재들을 악화시킬 것이다.

보고서에서 읽을 수 있는 메시지 가운데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의 경제정책 난조라고 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긴축으로 물가를 잡겠다는 통화정책을 펴면서, 공공요금은 전방위적으로 올리고 그 공공요금에 대한 재정지원책이 또 나온다. 아울러 정부는 상반기에 340조원 규모의 재정·공공투자·민자사업을 조기에 집행하겠다고 한다.

지속적인 엇박자, 리스크만 누적시킬 것

물론 한전 적자 등에서 보듯이 한건 한건의 정책을 따로 떼어보면 다 이해할 수 있지만, 함께 모아 놓고 보면 정책기조가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물가를 먼저 잡느냐 아니면 경기를 살리느냐의 결정은 무엇이 옳고 그르다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정책 엇박자는 다른 문제다. 혼란과 경제적 리스크를 누적시킬 뿐이다.

특히 자생력을 상실한 좀비 부문을 재정으로 단순 연명시키는 일은 줄여야 한다. 회피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경제지표가 혼란스럽고 상충할수록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시행해갈 때다. 재정은 그 부작용을 줄이는 데 사용하는 것이 옳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