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서울·경기 매입 분석

"건설원가 수준 매입" 요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서울·경기 지역에서 5년간 매입임대주택을 사들이는데 5조8038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분양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 검토를 지시했지만, 매입임대주택 비용은 호당 평균 2억4000만원으로 LH가 공공임대주택을 직접 건설하는 것보다 최대 1.7배 비싼 것으로 드러나 예산낭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이같은 내용의 'LH 매입임대 서울·경기지역 2만6188세대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LH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주택 2만6188호를 매입했고, 전용면적 1㎡ 당 매입가격은 742원으로 조사됐다. 매입금액이 가장 큰 건은 서울 강동구 성내동 도시생활형주택으로 총 149호 건물을 통매입하는데 615억원을 썼다. 다음은 경기 수원시 정자동 아파트 153호에 443억원, 수원시 금곡동 오피스텔 180호에 419억원을 투입했다.

매입임대 중 ㎡ 당 가격이 가장 비싼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다세대로 1831만원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LH가 매입임대주택을 얼마나 비싼 가격에 사들였는지 파악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건설원가와 비교했다. 전용 59㎡짜리 서울 매입임대 아파트를 4억4000만원에 사들였는데, 세곡2-1단지 임대주택을 짓는데는 2억6000만원이 들어갔다.

매입임대 주택 한채를 사들이는 값이 직접 아파트 한 채를 짓는 것보다 최대 1.7배 더 비쌌다. 결과적으로 매입임대주택 아파트는 1억8000만원, 다세대는 1억2000만원 정도의 세금낭비가 발생한 것이다.

매입임대주택 제도는 2004년 도심 내 최저 소득계층이 현 생활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기존 다가구주택 등을 매입해 저렴하게 임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상 주택은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나 다세대·연립·도시형생활주택·다가구·주거용 오피스텔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중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서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대통령 지시에 따라 LH는 매입임대 확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LH가 지난해 12월쯤 서울 강북구 미분양 아파트 36가구를 공공임대용으로 매입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해당 아파트가 준공 후에도 미분양된 주택인데도 세금으로 건설사 민원을 해결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논란 끝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내돈이면 과연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며 매입임대제도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경실련은 "매입임대주택을 건설원가 수준으로 매입하도록 가격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며 "감사원은 이제라도 매입임대 매입가격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진행해 혈세 퍼주기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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