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협업체계 구축" 조수진 "낙선후보 보듬어야"

안 '23% 득표'에 '포용' 불가피 판단 … 안 "원팀" 호응

친윤 '편가르기 습성' 여전, 언제든 '적'으로 내몰수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안철수 의원을 '방해꾼' '적'으로까지 내몰았던 친윤이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안철수 껴안기'에 나섰다. 안 의원의 득표력(23.37%)을 무시할 수 없는데다, 분열상이 커지는걸 경계하는 모습이다. 편가르기에 익숙한 친윤이 언제든 등돌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악수하는 안철수·김기현 | 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김기현 신임 당 대표가 안철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국민의힘 새 지도부는 통합을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9일 "어제 (안철수·천하람·황교안) 세 분과 통화를 했다"며 조속한 시일내에 회동할 뜻을 밝혔다. 김 대표는 "앞으로 당을 위해 잘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세 분도) 공감해줬다"며 "조만간 만나 협업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안 의원과 협업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의원과의 향후 마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선거가 끝났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도 봉합을 해야한다. 그리고 낙선한 후보들 만나서 그동안의 상처나 그런 고민 같은 게 있었다면 보듬는 것이 이번에 당선된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멘토로 불리는 신 평 변호사는 9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대선 과정에서 단일화의 물꼬를 튼 사람으로서 항상 안 의원에 대해서는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전당대회가) 불운하게 끝났지만, 안 의원만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인물이 과연 국민의힘 내부에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친윤이 '안철수 껴안기'에 나선 건 안 의원이 기록한 득표율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읽힌다. 대통령실과 친윤이 총동원돼 안 의원을 '저격' 했음에도 20% 넘는 당원들이 안 의원을 선택한 결과에 주목하는 것. 조 최고위원은 "(안 의원이) 아직 국민의힘에는 입당한 지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득표율만 하더라도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친윤 의원도 "안 의원이 기록한 23%는 의미있는 수치"라며 "앞으로 당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친윤이) 당연히 손잡고 가야한다"고 전했다. 당원 23%의 선택을 '네 편'으로 돌릴 수 없다는 현실적 고민이 엿보인다.

친윤은 당내 분열과 갈등이 확대되는 것도 경계하는 모습이다.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 등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마당에 안 의원마저 배척한다면 "당이 사분오열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친윤의 '안철수 껴안기'는 무난하게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9일 SNS를 통해 "전당대회는 끝났다. 치열했던 경쟁을 뒤로하고 이제 원팀이 되어야 한다"며 "저 역시 당의 화합을 위해 헌신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총선과 대선을 향한 정치행보를 모색해야할 안 의원으로선 주류 친윤의 손을 잡는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안 의원의 호응으로 더 큰 분열은 막았지만, 친윤의 편가르기 습성은 여전히 여권을 뒤흔들 시한폭탄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친윤은 대선 직후부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등을 배척하는데 급급했다. 정치의 본질이 '내 편'을 늘리는데 있음에도 친윤은 '네 편'을 자꾸 늘려나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안 의원을 겨냥해 "실체도 없는 윤핵관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은 친윤의 편가르기 습성이 뿌리 깊다는 우려를 키운다. 당장은 통합을 얘기하지만, 언제라도 이해가 엇갈리면 '적'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친윤이 '안철수 껴안기'에 적극적이면서 이준석·유승민 등에 대해선 "함께할 수 없다"고 나서는 것도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친윤 인사들은 9일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을 겨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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