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에너지값과 환율 폭등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함에도 봄은 역시 희망의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는 "금년에도 기후변화가 어떤 재난을 몰고 오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 남부지방은 수십년 만에 겪는 가뭄으로 난리지만 그 정도는 약과일지도 모른다. 올해도 탄소중립은 꺼질 수 없는 이슈의 불씨다.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산에 숲이 우거져서 예전에 비하면 식목일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그러나 식목일을 계기로 지구온난화를 우려하면서 우리의 나무와 숲을 새롭게 생각해 볼 필요를 느낀다.

목재 수입도 줄이고 탄소도 저장하고

"우리 나무로 우리의 집을 짓자." 국토의 63%를 차지한 산림의 경제적 환경적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숲이 국민에게 일상으로 정서적 안정을 주게끔 하자는 사회적 네트워크 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를 목재건축의 소재로 써서 탄소를 보관하는 동시에 외국 목재 수입을 줄이고, 순차적으로 베어낸 자리에 좋은 나무를 가꾸어 탄소를 더 많이 흡수하게 하자는 게 큰 틀의 구상이다.

이런 취지로 한국건축정책학회를 중심으로 한 건축계, 숲가꾸기 운동과 기후문제에 관심을 가진 민간단체 '국민의 숲5.0'(가칭), 그리고 산림청과 산하 기관 산림과학원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산림문화 육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런 네트워크 구축의 첫단계로 3월 초 목재건축의 국내외 최신 동향 수집과 관련법 보완을 위한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서 산림 전문가들은 이제 한국이 국가탄소감축 정책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게 나무의 순환주기에 맞춰 산림자원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수령이 50~60년 된 나무들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므로 단계적으로 베어내 탄소저장고 역할을 하는 건축자재로 활용하고 그 자리에 좋은 나무를 가꾸어 숲의 탄소흡수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개념은 산림전문가들에겐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은 다른 분야에 비해 관심이 낮다.

공기 중 탄소(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은 세계시민으로서 또 한국인으로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과제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 공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서 자란다. 나무가 자라면서 부피가 커지는 것은 탄소를 저장하는 과정이다.

탄소흡수원으로서 나무의 역할은 비교적 잘 알려졌지만 탄소저장고로서 목조주택의 역할은 덜 알려졌다. 건조한 목재를 기준으로 보면 무게의 약 50%가 탄소다. 건축 재료로 10톤의 목재를 썼다면 5톤의 탄소를 저장하는 셈이다. 따라서 목재건물을 짓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주범 탄소를 통조림 만들듯이 가두어 지구를 이롭게 하는 일이다. 이런 맥락에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목조건축이 새로운 추세다. 목조 건축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탄소배출을 막자는 뜻도 있지만, 주거환경의 쾌적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 목조건물이 철근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건강과 정서적으로 훨씬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목조건축의 세계적 추세로 고층화를 들 수 있다. 공학목재 제조 기술이 발달하여 강도와 화재안전성에서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능가하는 목조건축이 가능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세기를 '저층목조건축 시대'라면 21세기는 '고층목조건축 시대'라고 말한다.

고층목조 건축은 2009년 영국 런던에 9층 아파트가 처음 완공됐다. 2017년 캐나다에서 18층 대학기숙사가 시공되어 9주 만에 완공됐다. 2019년 오스트리아에 24층 목조건물이 생겼다. 현재 세계 최고층 목조건물은 2022년 완공된 미국 밀워키의 25층 아파트로 높이가 86.6m다. 영국 런던과 미국 시카고에 80층 목조아파트, 일본 도쿄에 70층 목조건물이 세워질 계획이다. 한국에선 2018년 산림과학원이 경북 영주에 5층짜리 '한그린목조관'을 세운 게 기록이다.

산림관리와 목조건축에 국가적 관심 필요

산림국가로서 분발할 필요가 있다. 고층 경쟁을 위해서가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산림관리와 목조건축에 더 많은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필요한 목재의 84%를 수입에 의존한다. 국산 목재 사용은 그만큼 탄소저장량을 늘리고 외국목재 원거리 수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산림관리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제도와 법을 정비해줘야 한다. 모처럼 민간 정부기관 건축계가 하나가 되는 네트워크 태동이 새로운 산림문화 정착의 좋은 계기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김수종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