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영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 이사장

2025년부터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초등 3, 4학년 중1 고1은 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받는다. 새로 개발되는 디지털교과서는 단순히 글과 그림을 디지털 파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학생 수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교육부가 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핵심으로 꼽은 것이 이러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이다.

디지털교과서는 학습분석을 통해 지속적인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게 한다.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앞두고 교육부는 7개의 시범교육청을 선정하고 교육청별로 40개 내외의 선도학교를 지정할 계획이다.

일부에서는 현행 서책형 교과서를 더 충실히 제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탑재된 디지털교과서 개발은 이제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자칫하면 우리보다 저개발국가 교실에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동안 일반적인 교실수업은 교사가 정해진 시간 동안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교사의 수업을 듣는 형식이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교사들은 자신들이 나름대로 준비한 수업을 한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믿는다. 이러한 수업만으로 교사가 할 역할이 끝나며 아이들은 그 시간에 수업을 듣는 것으로 학습이 됐다고 여긴다.

디지털교과서, 쌍방향 수업 전제조건

학생 개개인의 이해나 학습목표 도달 정도를 파악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성취평가를 위해 학생들은 다시 과외를 받거나 학원을 찾아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사교육비도 증가하게 된다.

사교육계에서 잘나간다는 소위 '일타강사'의 수업도 사실은 수강생들의 학습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제가 없다. 물론 유능하다고 소문난 교사들의 수업에서 큰 성과를 얻을 수도 있기에 그것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다만 강의식 수업으로는 교수와 평가가 평행선을 달리는 것처럼 별개가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런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쌍방향 수업이다. 수업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그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학생들에게 최적화된 자료를 제공해주고 평가하면서 완전학습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교육의 디지털화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즉, 완전학습을 보장할 수 있다. 최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과거엔 모두가 같은 교과서를 사용했다면 2025년에는 AI가 학생 개개인의 성취도·역량 등을 분석해 맞춤형 문제를 제시하는 등 '모두를 위한 맞춤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디지털교과서 개발과 함께 교실수업 혁신을 위해서는 질 좋은 서책형 교과서의 개발과 공급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정교과서의 검인정화가 시급하다.

제한된 저자와 발행사에 교과서 제작을 맡기기보다 다양한 저자들과 발행사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교과서를 개발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 학교 현장의 채택을 받는 검인정 체제가 질 좋은 교과서를 담보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질좋은 서책형 교과서 병행해야

당국의 교과서 발행 정책에 대한 개혁 의지가 요구된다. '단 한명도 놓치지 않는 개별 맞춤교육'에 필요한 디지털교과서와 질 좋은 서책형 교과서의 개발·공급 시스템 확보는 더 미룰 수 없는 교육개혁의 과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