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종합대책 준비 중 … 학생부 기록후 소송 늘어

"유전무죄 우려 … 피해 학생 보호·치유 우선해야"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가해 학생 처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인다. 교육계에서는 '엄벌주의'가 학교를 소송 판으로 몰고 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사회적 논의가 가해 학생 처벌에 집중돼 피해학생 보호와 회복에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2년에 발표한 '학폭 근절 종합대책'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학폭 전력을 기재하도록 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2013년 244건에서 2019년 893건으로 3.7배 늘었다. 학생부 기재 이전인 2011년의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0건이었다. 학폭이 대학입시에서 영향을 미치면서 법적다툼이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누구나 법률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가해 학생 일부는 교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변호사 조력을 받는다. 행정심판과 소송으로 넘어가면 심급당 최소 500만~700만원 정도의 변호사 수임료가 오간다. 대형 로펌의 경우 수임료가 1000만원 단위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법조계 전언이다.

학폭위에 참석한 피해 학생과 부모 중에는 변호사와 함께 참석해 법률 조력을 받는 가해 학생 모습에 당황스런 경험을 한 사례도 있다. 피해 학생은 학폭 피해를 당하고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험한 것이다.

물론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려 징계를 받았다 소송 끝에 구제받는 사례 등 학폭위 처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을 악용하는 사례도 많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소송 대부분은 현행 입시제도의 맹점을 활용한다. 대입의 경우 보통 10월까지 학생부를 반영한다. 학폭에 연류됐더라도 소송이 진행되면 판결이 확정돼야 학생부에 기록한다. 일단 소송을 걸고 반영이 안 된 상태에서 대학에 선지원해 합격하면 나중에 판결이 나오더라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한 변호사가 SNS에 올린 "이것만 잘해도 성공보수가 꽤나 두둑이 주어진다"는 글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폭력은 법률시장의 주요 사업영역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에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이를 내세워 홍보하는 법무법인이나 변호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는 "법적 분쟁이 늘어 학폭이 사법시스템 중심으로 해결되면 학교의 교육적 역할은 물론, 피해 학생의 보호와 치유는 어려워진다"면서 "사법 절차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우위인 쪽이 유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 문제에까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사회적 병폐가 침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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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박광철 장세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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