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내부 발탁 … 수사부서 두루 거친 '수사 전문가'

'검찰의 경찰 수사 장악' 논란이 일었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 인선이 돌고돌아 경찰 내부인사 임명으로 마무리됐다.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경찰청은 제2대 국수본부장에 우종수 경기남부청장을 임명했다고 27일 밝혔다. 2년 임기의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으로 수사 사무에 관해서는 시·도경찰청장을 통해 3만여명의 전국 수사경찰을 지휘·감독한다.

국수본부장은 경찰이 추천한 후보자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제청한 뒤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우 본부장은 2021년 남구준 초대 국수본부장 이후 두 번째 내부 발탁이다.

서울 출신인 우 국수본부장은 일선 수사부서 경험을 두루 갖춘 수사 전문가로, 경찰 내부에서도 유력한 국수본부장 후보로 거론돼 왔다. 행정고시(38회) 특채로 1999년 경찰에 입직한 뒤 서울 용산경찰서장, 경찰청 인사담당관, 행정안전부 치안정책관,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과학수사관리관, 경기북부경찰청장, 경찰청 형사국장 등을 지냈다. 주러시아 대사관 주재관으로도 근무했다. 2018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재직 당시에는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수사를 지휘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부터 2대 본부장은 외부 인사를 기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결국 차장검사 경력의 정 변호사가 발탁됐다. 하지만 그는 아들 학교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임명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이후 경찰 안팎에서는 검사 출신을 국수본부장에 앉히려한 것에 대한 불만과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경찰은 서둘러 차기 국수본부장을 인선할 계획이었지만, 외부 재공모와 내부 선발 사이에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한 달 넘게 공석 상태를 이어갔다.

최근 경찰은 비판을 의식한 듯 내부 인사 추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민 여론과 조직 내부 사기 등을 고려했을 때 경찰 내부에서 국수본부장을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통령실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낙마한 정 변호사 선임 당시 공모에 참여한 전직 경찰관 두 명이 들러리 선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국회의원은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아니면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중 한명이 청장님에게 (정 전 변호사의 임명을) 지시하셨을 것"이라며 "특정인을 내정해 놓고 다른 사람들을 들러리로 세운 것이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윤희근 청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제가 마지막에 판단을 했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이날 별도 자료를 내고 정 변호사와 함께 국수본부장에 응모한 퇴직 경찰관 1명은 총경 출신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몸담았던 법무법인에서 현재 근무중이라고 밝혔다. 경무관으로 퇴임한 또 다른 경찰 출신 응모자는 현재 나이가 만 59세여서 만 60세가 정년인 국수본부장이 되더라도 2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날 "내정설이 돌았던 정순신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내정하기 위해 퇴직 경찰관 2명을 들러리 세웠다는 의혹이 강하게 든다"면서 "이런 게 전형적인 밀실인사"라고 주장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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