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상 국립어린이과학관, 지구과학

인간은 아주 오래 전부터 암석을 도구나 건축재료, 자원으로 활용해왔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연 반도체 리튬이온배터리 등도 암석을 구성하는 다양한 광물들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암석에는 이런 유용성 외에도 지구 역사에 대한 정보들, 과거에 어떤 생명이 살았고 진화해 왔는지, 대륙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등에 대한 증거들이 들어 있다.

그러나 지구 암석으로는 초기 정보를 알아낼 수 없다. 지구는 생성 초기 단계에 미행성체의 충돌과 내부의 열로 녹아 마그마 바다를 형성하면서 정보가 모두 지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지구 밖에서 온 암석(운석)을 통해 지구의 형성, 나아가 태양계 형성에 대한 비밀을 연구한다.

운석은 모체가 완전히 녹았는지 여부에 따라 분화운석과 미분화운석으로 구분한다. 분화운석은 지구처럼 모체가 완전히 녹았다가 식으면서 무거운 원소는 중심부로 가라앉아 핵을 형성하고 가벼운 원소는 외곽에 남아 지각을 만드는 분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행성 진화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



미분화운석은 분화를 겪지 않아 태양계의 기원 물질이나 탄생 과정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일부 미분화운석은 태양계 생성 초기 만들어진 암석 조각인 콘드룰(chondrule)과 태양계 최초의 고체 물질로 알려진 CAI(Calcium-Aluminum-rich Inclusion)를 함유하고 있다. 태양계 나이를 45억6700 살(4567.35 ± 0.28 Myr)로 추정하는 것도 이 물질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서다.

운석에서 RNA DNA 구성물질 발견

과학자들은 특히 탄소가 풍부한 탄소질 미분화운석에 주목한다. 이 운석은 생명의 근원 물질인 물과 탄소에 대한 정보, 단백질 구성에 필요한 아미노산 등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CI운석(Ivuna type carbonaceous chondrites)은 태양계 초기 정보를 알 수 있는 운석이다.

하지만 운석은 풍화에 매우 취약해 지구에 들어오는 순간 물과 산소와 반응해 변질된다. 그래서 운석을 통해 알아낸 정보들이 태양계 생성 초기의 모습인지, 변질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행성에서 직접 암석을 가져오는 계획을 세웠다. 바로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하야부사 프로젝트다.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는 2014년 12월 지구와 화성 사이 궤도를 공전하는 소행성 ‘류구’로 날아가 암석시료 5.4g을 채집해 지구로 보냈다. 시료는 2020년 12월  도착해 과학자들에게 배분돼 2022년 6월부터 분석 결과가 발표되기 시작했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의 유리모토 히사요시 교수는 사이언스지에 “류구의 암석은 태양 광구와 유사한 화학 조성을 가진 CI운석으로 분류되며 지구상에서 발견된 어떤 운석들과 비교해도 가장 변질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유기화합물, 특히 단백질 구성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이 다수 발견됐다. 같은해 9월 도호쿠대 연구진이 소금 유기물과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탄산수 상태의 물이 액체로 발견되었음을, 10월 규슈대 연구진이 헬륨 네온 아르곤 질소가 포함된 기체가 발견되었음을 국제학술지를 통해 보고했다.

한편 지난 3월 21일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기념비적인 논문이 발표됐다. 홋카이도대 연구진은 류구 시료에서 RNA(리보핵산)를 구성하고 있는 4가지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uracil)의 발견을 보고했다.

이 연구진은 지난해 머치슨 등 3개의 운석에서 RNA 구성 염기 4가지(아데닌·구아닌·시토신·우라실)와 DNA 구성 염기 4가지(아데닌·구아닌·시토신·티민)를 모두 검출한 바 있다. 최근 학계의 가설은 지구의 생명이 RNA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는데, 그 RNA를 구성하는 염기들이 모두 지구 밖에서 온 운석에서도 발견된 것이다.

그러나 몇몇 과학자들은 이 운석들에서 발견된 RNA·DNA 구성 염기들이 지구 물질들로부터 오염된, 지구 기원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마침내 올해 지구 물질의 오염을 겪지 않은, 소행성 류구의 시료에서 우라실이 발견된 것이다.

암석 통해 궁극적 질문의 답에 접근 중

올 9월이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류구의 쌍둥이 소행성 ‘베누’에서 채취한 암석 시료가 지구에 도착한다. 이 시료의 양은 400g 이상이어서 훨씬 더 많은 양을 분석할 수 있기에 우라실 외 다른 염기들도 검출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주의 암석들은 지구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운석들보다 더 정확한 정보들을 제공할 것이다. 태양계 형성 과정은 물론, 지구의 물과 생명체의 기원을 밝혀낼 수 있는 실마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암석을 통해 느리지만 조금씩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궁극적인 질문의 답에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