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득 도시계획박사, 홍익대학교 도시공학과 겸임교수

정부가 최근 20년 이상 된 1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노후계획도시'에 대한 해법을 내놓았다. 30년 전 최첨단 주거단지였던 분당 일산 평촌을 중심으로 한 1기 신도시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시설이 노후화되고 생활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입주민들은 주거 쾌적성이 저하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설비노후화나 온수관 파열, 주차문제와 가장 기초적 거주환경인 '물'과 '난방' 문제는 심각하다.

이렇게 쇠퇴한 주거환경을 해결하기 위해 그간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리모델링으로 단지 내 환경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왔다. 하지만 금번 발표된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은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으로, '작은 단위의 점진적 개발보다는 큰 규모의 일시적 개발'로, '단독주택-연립주택-아파트 등의 다양한 주거유형에서 획일적 고층 아파트공급'으로 선회하는 길을 텄다.

도시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며 진화해 왔다. 새로운 특별법안은 우리 시대가 당면한 도시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변화를 초래하며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1기 신도시 재건축 획일적 고층화 우려

첫째, 면적기준의 적정성과 주변 파급에 대한 문제다. 특별법안에서는 적용 대상을 100만㎡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특히 평촌 산본 중동과 같은 도시는 전체 도시가 4~5개 구역으로 설정되어 한구역만 개발해도 전체 도시의 25%를 차지해 주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돼 이주대책에 관한 문제가 발생될 것으로 판단된다. 2012년 가락동 6600가구 재건축 시에도 전세대란이 있었음을 간과해선 안된다.

둘째, 개발의 획일성 문제다. 도시는 용도 세대 소득 성별 등이 공존하는 혼합된 생태계다. 특별법안은 경제적 가치 제고를 위해 리모델링보다는 획일적 고층 아파트 재건축으로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용적률 완화를 통한 고밀개발은 토지의 효용가치를 당대에서 모두 활용해 우리 후손들이 쓸 미래자산을 미리 당겨쓰는 것이다.

셋째, 주민갈등 문제다. 재건축 요건 제한으로 이미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들은 재건축 요건을 대폭 완화한 '특별법' 발표 후 주민 간의 내분이 표출되고 있다. 이외에도 재건축·재개발 대단위 단지에서 봤던 것처럼 세력화된 주민대표와 비대위가 주민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본격적인 사업이 시행될 때 이러한 갈등은 더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종합해 본다면 아직도 우리가 도시를 보는 방식은 도시 내에서 "사회적 행복" "경제적 활력" "공동체와 다양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더 빨리" "더 많이" " 더 크게"라는 '주택공급의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최근 도시공간 계획 방향은 자동차 중심의 슈퍼블럭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 보행 5~10분 거리 안에서 도시 서비스를 향유하는 보행중심의 스마트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에 대한 관점은 우리의 관심과 지향점이 어디 있는지를 드러내는 일이다.

도시 보는 방식 대전환 필요

1기 신도시 해법은 '주택의 빠른 대량 공급'보다는 '건전한 기존 생활조직의 활성화'와 '미래 도시의 삶과 장소'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실천 방법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다. 우리가 도시를 보는 방식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