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21대 총선서 수도권 참패 … '윤석열 사람'으로 설욕 구상

한동훈 원희룡 박민식 윤희숙 거론 … 일각 "논의할 단계 아냐"

여권이 1년여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 수도권 승부처에 윤석열정부 출신의 '흥행카드'를 집중 투입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21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했던 수도권을 되찾기 위해선 윤석열정부 들어 인지도가 급상승한 '윤석열 사람'으로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다는 고민이다.

답변하는 한동훈 장관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구상이 적중한다면 "민심이 윤 대통령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오겠지만, 반대의 경우 "윤 대통령이 심판 받았다"는 낙인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8일 여권에서는 1년여 남은 수도권 총선에서 윤석열정부 출신의 '흥행카드'를 대거 발탁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한동훈 법무장관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한 법무장관은 윤석열정부의 '상징'으로 꼽히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여권에서는 한 법무장관을 수도권 승부처에 내보내 총선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고 본다.

총선 전략을 맡게될 여의도연구원장에 발탁된 박수영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장관은 73년생이다. X세대의 선두주자라고 볼 수 있다. 또 서울 출신이다. 영호남이라는 지역갈등을 없애고 586세대를 퇴장시키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은) 셀럽이 돼 있기 때문에 등판만 하면 무슨 자리를 맡냐, 안 맡냐를 떠나서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은 윤석열정부 들어 부쩍 주목을 받은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이상민 행안부장관, 박민식 보훈처장 등도 수도권 승부처에 배치하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보인다. "저는 세입자입니다" 발언으로 유명한 윤희숙 전 의원도 수도권에 내보낼 '흥행카드'로 꼽힌다. 원 국토부장관은 서울 양천갑에서 3선 의원을 지내고 재선 제주도지사를 역임했지만, 윤석열정부 국토부장관으로 대선 공약인 1기 신도시 재정비사업을 주도해온만큼 1기 신도시 지역에 투입하는 아이디어가 거론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수도권을 또 내줘서는 총선을 이길 방법이 없다. 수도권에서 이기려면 승부처 지역에 윤석열정부의 '흥행카드'로 꼽히는 인사들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수도권 121석 가운데 16석을 챙기는데 그쳤다. 수도권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개헌 저지선(100석)을 겨우 넘기는 역대급 패배를 맛봐야 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한 법무장관의 발탁 얘기가 거론되는데 대해 "성급하다"는 반박도 나온다. 한 법무장관의 검찰 선배인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28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법무장관 영입설과 관련 "전혀 지금 현재 그것을 논의할 단계도 아니고 논의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사실은 한 장관이 보여주는 역량은 통상 장관이 보여주는 역량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일종의 팬덤이 형성될 정도로 윤석열정부 여러 정책에 아이콘 비슷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이끌어가는 데는 일종의 스피커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한 법무장관의) 총선 출마, 제가 대통령이라면 저는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한 법무장관이 국회나 당이 아닌 정부를 지켜야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직면한 국민의힘이 이것저것 따질 여유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득표에 도움이 되는 '흥행카드'라면 누가 됐든 '징발'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특히 수도권 승부처 민심 공략에 '효과'를 기대할 만한 '흥행카드'를 남겨둘 여유가 없다는 관측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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