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해자에 상당한 불이익"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개인정보와 정서 검사 결과를 가해 학생 부모에게 넘긴 교사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대법원은 개인정보보호법과 학교폭력예방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016년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들의 요구를 받고 피해 학생의 개인 정보와 학교장 의견서를 이메일로 보낸 중학교 교사 A씨의 상고를 기각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의 한 중학교 생활지도부장이던 A씨는 2016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이름과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 결과가 담긴 의견서 파일을 가해 학생 부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았다.

피해 학생은 2015년 같은 중학교 학생들로부터 당한 학교폭력 피해를 신고했다. 당시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는 가해 학생들에게 징계 없이 화해를 권유하고 무혐의 처분했지만 피해 학생측의 재심신청 후 가해 학생들은 각각 1·2호 처분(서면 사과· 접촉, 협박 보복행위 금지)을 받게 됐다.

이번엔 가해 학생의 부모들이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들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교사 A씨에게 행정심판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자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A씨는 2015년 4월 피해 학생측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는 과정에서 받은 학생의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를 가해 학생 부모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해당 결과엔 '자살 생각, 학교폭력 피해' 등 구체적인 검사 결과가 담겼다. A씨는 학교장의 의견서도 가해자측에 넘겼다.1·2심은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 업무 처리 담당자였던 피고인(A씨)은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 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했다"며 "의견서 유출의 경위와 방법, 검사결과 비밀유지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비밀을 누설한 데 고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가 가해 학생의 부모에게 유출됨으로써 피해자에게 상당한 불이익이 현실적으로 가해졌다"면서도 "다만 A씨가 검사 결과 자체를 유출하지는 않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범행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도 A씨의 상고를 기각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봤을 때 (원심에서 판단한) 개인정보보호법·학교폭력예방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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