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적층에서 탄소 배출 가능성

"기후변화적응법 제정 필요해"

전남을 중심으로 한 남부지방 가뭄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기후위기 적응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2개월간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강수량은 예년 대비 각각 52%, 69%에 불과했다. 게다가 이러한 극한 가뭄 현상이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중요한 상황이다.

30일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가뭄 발생 빈도(RCP 2.6·4.5 시나리오)가 증가하고 지역별 격차가 커질 전망이다. 중부지방은 유량의 증가로 가뭄이 완화되지만 남부지방은 점차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남부지방 가뭄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기후위기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21일 흙바닥이 드러난 전남 나주시 다도면 나주호의 모습이다. 나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RCP 2.6은 지금부터 즉시 온실가스 감축을 할 경우 △RCP 4.5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상당히 실현된 경우를 말한다.

게다가 긴 가뭄으로 인해 바닥이 드러나게 되면 이산화탄소(CO₂)와 메탄(CH₄) 등 온실가스 배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5년 여름의 긴 가뭄으로 넓은 지역에 걸쳐 소양호의 바닥 퇴적물이 노출되었을 때 수십 년 동안 바닥 퇴적층에 축적된 유기물이 가뭄 기간 동안에 분해가 촉진돼 일반적인 호소(湖沼·늪과 호수를 아우르는 말) 환경에서 관찰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N₂O) 등이 배출되는 게 확인되기도 했다. 국내의 수많은 댐과 소규모 농업 저수지에 퇴적된 유기물은 탄소 저장과 온실가스 배출원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극한기상으로 물관리 어려움 확대 = 환경부는 "극단적인 강수량 감소가 올여름까지 지속될 경우 비상상황에 대비하여 저수위 아래의 비상(非常) 및 사수(死水) 용량까지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29일 밝혔다. 1965년대 우리나라에 댐이 건설된 이래 바닥 물인 사수까지 사용한 적은 한번도 없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167개 시·군 가운데 45곳이 생활·공업용수 가뭄단계가 정상이 아니다. 가뭄단계는 정상부터 심각까지 5단계인데 심각인 시·군은 없다. 심각 바로 아래 경계인 15곳은 모두 호남이다.

환경부는 연말까지 전남권 주요 5개 댐 중 주암·수어·평림·동복댐의 경우 수위가 저수위에 도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저수위는 댐에서 정상적으로 물 공급이 가능한 수위 하한선을 말한다.

환경부는 "섬진강댐은 저수위 도달 예상 시기가 당초 6월 초였지만 내달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업용수 대체공급 방안이 시행되면 저수위 도달 시점이 홍수기 시작 이후인 7월 중순으로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적응 인지도 60%에 불과 = 이처럼 극한기상으로 인한 물관리 어려움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AR6) 종합보고서'에서는 "모두에게 살기 좋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기회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며 "기후변화 완화-적응 행동의 동시적 이행을 강화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간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에 비해 기후변화적응 대책 마련을 빨리하기는 했다. 2010년 10월 환경부 보건복지부 국토부 등 13개 부처가 합동으로 첫 기후변화 국가 적응 대책을 발표했다. 물론 2008년 국가기후변화종합계획을 발표하기는 했지만, 온전히 적응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것은 2010년이 처음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가 빠르게 나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제3차 국가 기후변화 적응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적응 인지도는 60% 수준(2018년 63.1% → 2919년 65.0%, → 2020년 63.5%)에 불과하다.

이동근 서울대 교수(전 기후변화학회장)는 20일 "법 체제가 명확하지 않으면 국가가 투자를 안하는 경향이 있는 게 현실"이라며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각 분야의 적응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서 별도의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ㆍ녹색성장 기본법에 기후변화적응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기후변동적응법이라는 별도 법을 가지고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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