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자금세탁방지 감시 허술

95세 고령자 코인 30종 의심 거래도

FIU, 거래소 위법사례 적발해 제재

대학생인 20대 A씨는 해외에서 73회에 걸쳐 32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입고받아 878회에 걸쳐 매도했다. 32억원을 현금화해서 91회에 걸쳐 전액 인출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코인)거래소에서는 자금세탁 의심거래에 대한 자금출처·거래목적 확인 등을 하지 않았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가상자산사업자(코인거래소)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A씨 사례 등이 포함된 주요 위법·부당행위 사례를 30일 공개했다.

코인거래소는 불법적인 금융거래등 을 통해 자금세탁행위를 하고 있다고 의심되는 고객의 거래를 FIU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또 자금세탁행위 등을 효율적으로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감시체계를 올바르게 구축·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A씨와 같이 의심거래를 걸러내지 못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코인거래소들은 동일인의 누적 거래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B씨도 9개월 동안 해외 등으로부터 1074회에 걸쳐 278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입고받아 1만2267회에 걸쳐 매도했다. 282억원을 712회에 걸쳐 전액 인출하는 비상적인 거래 패턴을 보였지만 코인거래소는 의심거래 검토를 하지 않았다.

A씨와 B씨 사례는 은행권에서 발생한 불법 외화송금과 무관하지 않다. 10조원이 넘는 불법 외화송금 사건은 해외 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국내 코인 시장의 특성을 이용,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다. 해외에서 보낸 코인을 국내에서 팔아 다시 해외로 송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인거래소에서 의심거래를 먼저 확인했더라면 금융감독당국이 불법 외화송금을 좀 더 일찍 적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차명거래가 의심되는 고객에 대해서도 코인거래소의 감시망은 허술했다. C씨는 95세의 고령으로 주로 늦은 밤 또는 새벽 시간에 30종 이상의 다양한 코인을 거래했고, 트래블룰(100만원 이상 코인 이전시 송·수신인의 정보 제공 의무)을 피하기 위해 99만원 이하로 거래금액을 분할했다. 코인거래소는 C씨의 차명의심 거래 여부를 검토하지 못했다.

FIU는 "고객의 연령, 직업, 거래패턴 등을 고려할 때 실제 소유자인지 여부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강화된 고객확인을 이행하고, 만약 고객이 정보 제공 등 고객확인을 거부하는 경우 해당 거래를 종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결과는 5대 대형 코인거래소인 원화마켓 사업자에 대한 것이다. FIU는 부당·위법사례를 공개한 만큼 향후 코인거래소 검사에서 유사 행위가 적발될 경우 더욱 엄중하게 제재하겠다는 입장이다.

FIU는 올해 하반기 5대 원화마켓 사업자의 현장검사 결과 등을 토대로 차명의심 거래, 비정상적 거래 등 자금세탁위험이 높은 취약 부문에 대한 테마검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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