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를 비롯한 AI의 혁명적인 발전으로 인간 고유의 영역이 침범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앞으로 어떤 분야가 살아남을까? 전문가마다 의견은 다르지만 언어학자 촘스키는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가 중심인 인간의 정신은 방대한 데이터가 추론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단언한다. 독창적인 창작의 영역은 쉽게 넘을 수 없는 장벽이 될 것이다. 많은 작품을 읽고 더 많은 작품을 써보며 상상력을 글로 완성해가는 문예창작학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문예창작학과의 특징과 교육과정, 최근 동향과 진로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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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이론과 창작을 배우는 문예창작학과
  문예창작학과는 문예, 즉 문학예술을 창조하는 학과다. 동서양의 고전에서 현대문학에 이르는 문학 이론을 먼저 배우고 그것을 기반으로 문예창작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시 소설 희곡 등의 순수 문학 창작과 비평에서 출발해 방송 출판 언론 미디어 등 대중 매체까지 창작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전공 김민정 교수는 “한국문학을 넘어 세계문학 차원에서 문학 이론과 창작을 체계적으로 교육·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문학예술을 기초 역량 삼아 미디어 콘텐츠 관련 분야를 연계 교육해 시대의 변화에 맞춰가고 있다. 다양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문학 영역뿐 아니라 각종 문화예술 산업 분야에 널리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현재 중앙대 문예창작과는 시, 소설, 문학비평, 아동문학, 드라마, 스토리텔링콘텐츠 등 총 6개의 세부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예창작학과의 명칭은 다양하나 대략 두 종류로 구분된다. 경기대 동국대 동덕여대 명지대 등은 문예창작과가 인문대학에, 단국대 서울예대 중앙대 추계예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은 문예창작과가 예술대학 소속으로 개설돼 있다. 문예창작과는 4년제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학에도 상당수 개설돼 있다. 문예창작과에서 교육하는 문학이 인문학의 한 갈래이지만 문학 연구를 넘어 창작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 좀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연관성이 큰 학과로는 국어국문학과가 있다. 두 학과의 차이에 대해 김 교수는 “문예창작학과는 학과 이름 그대로 ‘창작’을 하는 학과이고, 국어국문학과는 창작된 문예 작품을 ‘연구’하는 학과다. 학과의 성격이 창작과 연구로 완전히 다르다. 문예창작학과의 교수진은 주로 시인, 소설가, 작가로 활동하는 창작자이며 국문학을 전공한 교수진 역시 창작을 위한 이론 수업을 진행한다. 문예창작학과의 이론 수업은 국문학과 이론 수업과는 달리 창작을 위한, 창작자의 독창성 개발을 위한 연구로써 진행된다. 가령, 한국문학사(문예사조)를 배우더라도 문예창작학과는 역사 자체를 학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역사 안에서 창작자로서 자신의 작품이 위치할 좌표가 어디인지에 대해 깊게 성찰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학과의 특징은 과제와 수업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문예창작학과는 다양한 창작 실습과 스토리텔링 연습이 주를 이룬다. 시와 소설은 물론, 방송대본,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광고 카피, 신문 기사, 아동문학, 평론, 웹툰에 이르기까지 수업마다 창작이 기본이다. 글이란 글은 종류별로 거의 다 써보는 것이다. 수업 방식도 창작 작품에 기반한다. 김 교수는 “문예창작학과의 수업은 대부분 학생이 창작한 작품에 대한 교수의 ‘강평’과 학생들의 ‘합평’으로 구성된다. 문예창작학과 특유의 수업 방식인 ‘합평’은 단순히 학생들끼리 서로의 작품에 대해 평가 및 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스타일을 비교 탐색해보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스타일과 개성을 찾아가는 작업의 일환”이라고 밝힌다. 실력 여부를 떠나 글쓰기를 즐기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과정이다.    
문예창작, 다양한 매체로 영역 확장 중
  과거 문예창작학과에 작가 지망생이 주로 진학하던 시절에는 취업 경쟁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2010년 이후 순수 문학을 넘어 방송 출판 언론 등 미디어로, 최근에는 영화 만화 웹툰 게임 음악을 비롯해 각종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진출 영역이 점차 확장되고 있다.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생이자 등단 시인 임정민씨는 “지금은 문학과 비문학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이고, 다양한 경로로 충분한 정서적 만족감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매체에 대한 이해를 갱신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예창작 전공자는 무엇을 쓸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떠한 매체, 플랫폼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접근할 것인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김 교수도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가장 개방적이고, 사회에 발맞춘 변화를 포용하는 학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스토리텔링콘텐츠 세부 전공은 문예창작학과의 핵심 역량인 문학예술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활용해 보다 전문적인 문화콘텐츠 기획 및 창작 실습에 목표를 두고 있다. 게임 광고 방송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관련 수업이 개설되어 있으며, 4년의 커리큘럼을 이수하면 본인의 기획서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한 권의 책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밝힌다.   졸업생들의 취업도 스토리텔링 창작과 기획을 활용하는 모든 콘텐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넷마블, 엔씨소프트와 같은 게임 회사에서 게임 기획을 하거나 JYP 등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아이돌 세계관 스토리텔링을 기획하거나 CJ 계열 드라마 제작사에서 드라마 세계관을 창작하고 지적재산권 조사·분석, 콘텐츠 기획 등 매우 다양한 경로로 진출하고 있다.     이미지확대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인간에 대해 탐구하고 상상력을 활용해 의미를 부여하는 글쓰기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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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민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세계의 문학>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시집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출간     Q. 현재 하는 일을 소개한다면?   시인으로서 개인 창작 활동을 하며, 동시에 모바일 게임사 언더스쿼드의 운영·사업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에 민음사 <세계의 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해 문예지에 작품을 발표하고 문학과 관련된 비평, 에세이 등을 잡지와 신문에 기고했습니다. 2021년 첫 시집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를 출간했고 현재 두 번째 시집을 준비 중입니다. 또한 평소 게임을 좋아하고 게임 산업에도 관심이 있어 게임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문예창작을 전공한 계기는?
  책을 읽거나 내면의 목소리를 글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고등학생 시절 진학을 고민하면서 문예창작학과를 알게 되었고 창작 실기 위주의 커리큘럼이 눈에 띄었습니다. 정답을 찾고, 암기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좇는 것에 싫증이 났던 시기에 생각과 상상력을 자유롭게 활용해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문예창작에 관심을 두게 되었습니다. 교내 백일장에서 여러 번 상을 탔던 기쁜 기억도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Q. 전공의 여러 세부 영역 중 특히 더 관심을 갖고 공부한 분야는 무엇인가?
  문예창작학과에서는 문학의 역사나 철학, 시대의 담론과 같은 거시적인 영역을 공부하고 드라마와 영화 등 현대의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쓰는 자아’로서 다양한 범주의 창작 활동을 합니다. 그중 저는 현대 시와 문학 비평을 주로 공부했습니다. 작가의 경험과 비경험, 수많은 생각이 짧은 글 한 편에 얽혀, 읽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풍경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추상적이고 의미가 응축된 시의 언어는 각자의 경험에 비춰 다양하게 해석됩니다. 영화 시나리오나 드라마 대본을 쓰는 스토리텔링 작법도 즐겁게 공부했고, 이를 통해 문화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Q.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능은 지금 하는 일에 충분한가?
  글쓰기는 인간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며, 무엇을 외면하는지, 또 어떤 장소, 어떤 시간에 머무는지 끊임없이 관찰해야 합니다. 이 배움은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의미 있는 지침이 됐습니다. 저는 작가로서의 목표도 있지만, 게임 회사에도 다니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인 게임 서비스에선 현재 사람들이 관심 갖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살피며 신선한 경험을 계속 제공하는 역량이 필요한데, 대학에서 배운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Q. 문예창작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문예창작에는 총체적인 배움이 있습니다. 글을 쓰려면 조사와 관찰이 필요해 그 과정에서 여러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여타 예술과 전반적인 문화 양식에 관해서도 탐구하게 됩니다. 이 경험은 이해보다는 체득에 가까워서 우리가 나중에 무엇을 하든 도움이 됩니다. 현재 사회의 양상, 인간의 모습과 타인의 관심사를 살피며 때론 현재 속에 숨은 미래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 안에 살고 있는 ‘나’를 집요하게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러분들은 ‘나’를 만날 준비가 되셨나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건강한 재미를 주는 미디어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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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민 중앙대 문예창작전공 4학년    
Q. 문예창작전공을 선택한 계기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많았어요.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좋아 미디어·영상 분야로의 진학을 희망했습니다. 처음에는 스스로 문예창작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계기에 중앙대 문예창작전공이 공연영상창작학부에 속해 있음을 알았고, 시·소설의 창작을 넘어 다양한 스토리텔링 분야를 포괄하는 점이 끌렸습니다. 그 순간이 계기가 돼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탄탄한 문학 교육뿐 아니라 드라마, 영화, 웹툰, 게임, 동화, 방송구성 등 관련 수업이 많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Q. 고등학교 때 문예창작과 관련해 수행한 활동이 있다면?
  고등학교 2학년 때 자율동아리로 영상 제작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교내에는 영상 제작 동아리가 없었고 저와 같이 미디어 영상물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이 친구들과 같이 영상물을 찍고 싶다는 마음으로 만든 동아리였는데, 뮤직비디오, 단편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직접 제작하고 감상을 나누었습니다. 그 후에는 축제 메인 영상과 졸업 영상 등을 제작하는 활동을 했고 이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제가 영화와 미디어를 얼마나 좋아하고 애정이 깊은지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Q. 가장 흥미있고 좋아하는 전공 영역이나 과목은?
  영화를 좋아해 영화 전공 수업에 가장 진심이었지만, 입학 후 수업을 통해 흥미와 재미를 느낀 전공 수업은 방송구성이었습니다. 주로 현재 방영 중인 다양한 예능 및 인터넷 콘텐츠를 다루면서 최근 방송 트렌드를 읽어내고 기획해보는 과목입니다. 이 수업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대중의 소비 트렌드를 배울 수 있었고 그러한 과정을 좇아가며 저만의 소비 가치가 있는 방송 기획을 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 및 졸업 후 진로는?
  아직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졸업 때까지 미디어 창작에 대해 더 많이 탐구할 계획입니다. 졸업 후에는 시대에 발맞춘 미디어 제작 현장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맞춰 대중에게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재미를 제공하는 창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Q. 문예창작전공을 희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시, 소설 창작 실기 시험을 치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학 초기에는 나보다 글을 잘 쓰는, 꾸준히 쓰는 학우들 사이에서 기가 죽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학과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다양한 영역에 걸쳐 충분히 탐색 가능한 환경이거든요. 현재 문예창작전공을 희망한다면 읽고, 보고, 경험하고 쓰는 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결국 창작은 본인만의 세계를 잘 다듬어 세상에 내놓는 일이니까요.

윤소영 내일교육 리포터 yoonsy@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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