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

정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부문별 감축목표를 발표했다. 이전 정부에서 발표한 것과는 전환 부문의 감축량을 약간 늘리고 산업 부문에서 약간 줄인 것 이외 거의 비슷한 내용이다.

건물 부문은 2018년 대비 32.8% 감축이 목표인데 이는 직접배출(도시가스 등) 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간접배출(전기 지역난방 등)을 포함하지 않았다. 건물 부문에 에너지 효율화(그린 리모델링 포함) 등의 사업을 추진해 에너지 소비량을 줄일 경우 실제 탄소배출 감축 기여량은 직접과 간접배출량을 포함할 때 2배 이상의 감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환 부문의 경우 2018년 탄소배출량 269만톤(2018년)에서 2030년 목표감축량이 123만7000톤이라고 할 때 그중 약 14%(17만톤)는 건물 부문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서 얻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건물 부문의 탄소감축 주요 수단이 전기화(보일러를 전기히트펌프로 대체하는 등)로 진행이 된다면 건물 부문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환 부문에 추가 부담으로 된다. 수송 부문에서도 주 감축수단을 전기화로 할 경우 내연기관의 운송 수요를 부담하는 전기차의 전기 소비량은 발전소에 추가 부담으로 된다.

목표 실행할 조직과 정보 인프라 미비상태

건물과 수송의 전기화는 전기발전이 탈탄소가 된다는 가정 하에서 유효한 조건부 감축수단이다. 그러나 2023년부터 2030년까지 부문별 연도별 감축목표를 살펴보면 전환 부문은 2024년 이후 초기 3~4년간에는 3~10%씩으로 감축 목표가 낮게 설정되다가 2029년과 2030년에 전체 목표량의 50% 이상을 달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건축과 수송 부문은 2024년 이후 초반부터 일정한 목표량을 감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부문별 감축 목표가 계획대로 균형있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전환 부문에서는 예상보다 더 큰 수요를 감당해야 하고, 이 때문에 탄소배출량은 증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에도 초중반 기간에 전환 부담에서의 감축량은 건물, 수송 부문의 수요가 감소되지 않은 한 목표달성이 쉽지 않다.

건물과 수송 (특히 도로수송) 부문의 탄소감축은 연도별 목표량을 볼 때 시급성이 높다. 건물과 수송 부문은 지자체에서 실행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해야 하는 주요 부문이다. 현재까지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들이 탄소중립 녹색성장 실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 용역을 완료한 지자체보다는 용역기간을 연장하거나 앞으로 연구를 진행할 지자체가 더 많다.

이렇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지역의 탄소배출 인벤토리 구성을 파악하기 위한 데이터 확보가 안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각 건물에서 사용하는 전기는 한전에서 수집 관리하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정보 서비스가 갖추어져 있으나 도시가스 사용량은 수집되지 않고 있다. 국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에서도 현재까지 전국의 지자체별 배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시민들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은 그런 정보는 당연히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실상은 실제로 수집 관리하는 조직적 실체는 없는 듯하다.

2023년 이후(실제로는 2024년 이후) 국가의 탄소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조직체계와 정보 인프라 등이 아직 구축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2024년까지 기초지자체의 실행계획 수립, 조직체계, 정보 인프라 구축이 완료된다면 현실적 감축목표 달성은 2025년 이후 혹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기와 가스요금 합리화 피할 수 없을 듯

항상 얘기하듯이 탄소중립 녹색성장 경제 체계 구축을 위한 가장 믿을 수 있는 수단은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단기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국민 총동원형 에너지 절약 운동 같은 것이 좋은 사례다. 이는 역사적으로 여러 정부에서 에너지 위기 때마다 들고 나온 단골 메뉴다.

에너지 절약 운동을 시장 체계에서 진행한다면 요금인상만큼 강력한 효과를 가진 정책은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현재 국제적인 에너지 안보와 경제위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정책 실행 압력 등의 국내외 환경 상 한국의 전기 및 가스요금의 합리화(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폭 인상')는 피할 수 없는 길인 듯싶다.

김재민 이젠파트너스 대표이사,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