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선 넘은 것 아니냐"

비주류 "위헌적 행태" 비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넷플릭스 투자 관련 보고 논란'의 여파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겉으로는 일단 김 여사 편을 들며 진화에 나섰지만 내부적으로는 '선을 넘은 것 아니냐'며 갸웃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비주류 인사들은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CEO와 대화하는 김건희 여사 |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영빈관 접견장에서 열린 글로벌기업 최고 경영진 접견에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논란의 시작은 대통령실 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중 넷플릭스에서 4년간 25억 달러 규모의 투자유치를 받아내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김 여사도 진행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점을 밝히면서 시작됐다. 민간인 신분의 김 여사가 국정에 사실상 개입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여권에선 공식 대응을 삼가면서도 개별적으로는 애써 옹호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관련 질문에 "대통령 부인을 일정에 대해 아무 것도 몰라야 하느냐"면서 "(내용을 알아야) 훨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도 같은 방송에서 "직접적인 관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행여 윤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누가 될까 여권이 김 여사 관련 논란의 진화에 나서고는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솔직히 국민의 눈높이로 보면 선을 넘은 거 아니냐. 설사 김 여사에게 비공식적으로 보고를 했다 하더라도 공개되지는 않게 했어야 한다"면서 "결국 논란이 됐으니 대통령실이 적극적으로 해결을 해야 하는데 사고는 대통령실이 치고 뒷처리는 당이 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사정을 잘 아는 여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김 여사가 현직 장관들에게까지 직접 전화를 걸어 자신의 관심사항을 이야기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여권 내부에서조차 불만이 쌓이게 되면 더이상 진화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당에 대해 쓴소리를 해온 신인규 국민의힘바로세우기 대표는 SNS에 글을 올려 "영부인의 치적을 자랑하기 위한 대통령실의 입장이 매우 이상하다"면서 "영부인의 관심사는 다 보고를 하고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대통령의 보고 외에 결정까지도 영부인이 관심이 있으면 공동으로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의 권한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고 권한의 사유화"라면서 "위헌적 대통령실의 행태가 교정되지 않는다면 국민적 우려는 분노로 커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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