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철규 성공회대 교수 경제학

국내 검색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자랑하던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작년 12월 말 64.8%였던 네이버의 시장점유율이 5월 23일 시점에 55.2%를 기록했다. 반면에 구글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6.8%에서 35.3%로 급증했다. 또한 Z세대를 중심으로 유튜브나 틱톡, 인스타그램을 검색엔진으로 사용하는 빈도도 빠르게 증가했다. 검색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미래의 최고 기업은 '개인 디지털 에이전트(PDA)'를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PDA는 곧 '인공지능(AI) 비서'를 가리킨다.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여행계획을 짜고 예약을 하고, 금융계좌 관리까지 하는 AI 비서다. AI 비서가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또 소비패턴은 어떤지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검색을 통해 정보를 구하거나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찾을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형태의 구글 검색과 아마존 쇼핑은 사라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특정 업무 묶음을 통째로 해내는 AI기술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문제다. 이미 생성AI 챗GPT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모바일앱이 국내에 출시되었다. 음성인식이 가능해서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다. 기존의 검색엔진은 이미 낡은 것이 되었다.

구글의 바드(Bard)가 영어 외에 지원하는 언어로 한국어를 먼저 선택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과문(寡聞)이지만 독자적인 검색엔진을 가졌고 그 검색엔진이 자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인 것 같다. 구글이 중국을 떠난 이상 이제 한국뿐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 언어모델은 대화방에만 갇혀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예약이 가능하다는 것은 모든 예약 관련 플랫폼 위의 플랫폼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무수한 연관 디지털 서비스산업과 플랫폼을 아우르는 최상위 플랫폼이다. 궁극적으로는 로봇과 결합해서 산업데이터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산업 시장 위기가 가장 큰 위험

검색시장과 플랫폼 산업, 그리고 데이터에 대한 자율성을 잃게 될 위험보다 더 큰 것은 한국의 반도체산업에 닥쳐 올 위험이다. 2020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와 관련해 "공급망이 아니라 생산공정 전부를 미국에 두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적이 있었다.

G7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재무장관 옐런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설리번이 미국의 대(對)중국 경제정책에 대해 "기술차단이나 수출통제의 범위는 군사적 위협을 초래할 수 있는 범위로 한정될 것"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소용없다. 트럼프의 말이 미국의 속내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AI 국가안보위원회(NSCAI)'라는 곳에서 낸 한 보고서는 반도체에 있어서 미국의 지나친 대만 의존도를 경고했다. 미국의 최첨단 군사무기들에 쓰이는 반도체는 미국이 설계를 하기는 하지만 대만의 파운드리업체 TSMC가 생산한다는 것이다.

반도체 하나 없으면 자동차 생산이 멈추는 시대다. 미국 제조업뿐 아니라 군사력이 세계반도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한국 대만 중국에 달려 있다. 당연히 트럼프의 말이 미국의 속 마음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당장에는 미국에 최첨단 반도체 생산능력이 없으니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TSMC를 동맹과 협력의 이름으로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급할 것이다. 기술 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반도체법'이 만들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이 원하는 반도체 생태계가 완성될 때까지다. 미국정부는 이미 일본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IBM 기술 이전을 받아 2027년부터 2나노미터급 반도체를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현재 3나노미터급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및 TSMC와 본격적인 경쟁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 경쟁 아닌 전쟁의 결과는 알 수 없다. 한때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의 반도체산업도 한순간에 훅 갔다. 한국경제의 반도체 의존이 너무 큰 것은 아닐까.

한국경제 가장 큰 위험요인은 정치인데

AI열풍으로 대박을 맞고 있는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의 최고 경영자 젠슨 황은 바이든행정부의 반도체법에 대해 "미국 기술기업들의 손발을 묶어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밖에서 칩을 생산할 수는 있어도, 최종 제품의 판매시장으로서 중국을 대체할 방법은 없다는 논지다. 특히 중국이 자체 칩을 개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그는 결국 반도체법이 실패할 것으로 보았는데 일리가 있다.

만약 젠슨 황의 주장이 맞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도 있다면 한국의 정책과 외교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런데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험요인이 정치에 있기에 당장 답이 없어 보인다.

유철규 성공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