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거부감에 김명수 대법원장 선택 관심 … 여성 후보 3명 현 정부와 다른 색깔

윤석열 대통령이 최초로 대법관 후보 임명 제청을 보류할지를 대통령실이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 임명 제청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기도 전에 대통령실이 사실상 특정 후보를 찍어 배제를 시사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인사 나누는 김명수 대법원장│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 앞서 추천 위원들을 접견,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지은 기자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에 '물밑 협의'를 통해 후보를 조정해온 게 과거 관행이지만 현재 윤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간 원만한 협의를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자칫 윤 대통령측에서 '조건'을 내걸고 차후에 공개될 경우의 정치적 법적 위험부담이 크다. 양측 모두 사법농단이나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통해 드러난 '인사 리스크'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TV조선에서 '대통령실이 특정 후보 2명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것도 일종의 '우회적 압력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대법관 제청은 법원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가 3배수 이상을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 중에서 최종 후보를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이후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후보 8명을 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법조계에서는 퇴임하는 박정화 대법관이 여성이고 현재 대법관 13명 중 여성이 4명밖에 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새로 임명하는 대법관 중 최소 1명 이상은 여성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추천위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당초 대법관 천거 대상 37명 중 4명이었던 여성들 중 3명을 김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이들 여성 후보 3명은 박순영(사법연수원 25기) 서울고법 판사와 신숙희(25기)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정계선(27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이다.

박순영 판사는 대전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행정법원, 서울고법 노동전담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거쳤다. 노동법에 전문성이 있다는 평을 받는다. 직무관련자에게 큰 액수의 축의금을 받은 직원에 대한 징계는 정당하다는 판결과 정규직과 기간제교사 임금차별은 위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신숙희 상임위원은 서울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서울고법, 부산고법 등을 거쳤다.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회장을 지냈고 여성 법관 최초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 임명됐다.

정계선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고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도 지냈다. 여성 최초로 서울중앙지법 부패전담부 재판장을 맡아 횡령·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5년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굳이 따지자면 우리법연구회 출신 정 판사나 노동법 전문가인 박 판사 뿐 아니라 젠더법에 관련있는 신 판사도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다.

오는 7월 18일 퇴임하는 조재연·박정화 대법관의 후임이 이르면 이번 주 정해진다. 김 대법원장이 대통령실의 의중과 무관한 대법관 후보를 제청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사상 첫 '임명 제청 거부권'을 행사할지 관심사다. 이 경우 최종 임명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통상 추천된 후보들에 대한 의견 수렴 뒤 수일 내에 임명 제청해 왔다"면서도 "논란이 제기되면서 조금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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