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이후 아파트가격-득표율 연관성 강해져

리서치뷰, 20대 총선부터 서울지역 동별 자료 분석

"청년=진보 구도 깨져 … 청년, 총선 결정권자"

"중도층은 사안따라 진보로 가거나 보수로 간다"

문재인정부 후반기에 실시한 21대 총선(2020년), 4.7 재보궐선거(2021년), 20대 대선(2022년)에서 서울 표심이 아파트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높을수록 진보진영(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낮을수록 보수진영(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가는 '계급 구도'가 확인된 셈이다. 리서치뷰는 2016년 20대 총선부터 지난해 20대 대선까지 5대 선거에 대한 서울지역 동별 ㎡당 아파트 매매가와 득표율 사이의 회귀분석을 실시했다. 서울지역 동별 아파트 ㎡당 평균 매매가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데이터에서 해당 선거일 기준 최근 1년 사이에 거래된 18만1484건을 분석했다.

최근 '한방에 끝내는 당선지침서'를 펴낸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사진)는 5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2020년 21대 총선에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당 100만원 높은 동일수록 진보진영인 열린민주당(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과 더불어시민당 득표율이 0.971%p 낮았고 이 모형은 민주당 계열 득표율 변화의 62.3%를 설명했다. 같은 조건에서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 득표율은 1.131%p 높았고 이는 미래한국당 득표율 변화의 58.5%를 설명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00만원 높아질수록 민주당 박영선 후보 득표율은 1.131%p씩 낮아졌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득표율은 1.226%p씩 높아졌다. 이 모형은 득표율 변화에 대해 각각 66.8%, 67.5%의 설명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같은 조건에서 이재명 후보 득표율은 1.003%p씩 하락하고 윤석열 후보는 1.070%p씩 높아졌다. 이 모형은 두 후보의 득표율 변화를 각각 64.1%, 64.5% 설명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2016년 20대 총선과 2017년 19대 대선에서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높아질수록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고 국민의힘(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 유리하게 나왔지만 설명되는 비율이 20% 안팎에 지나지 않았다. 안 대표는 "문재인정부 이후에 보여줬던 부동산 가격의 영향이 22대 총선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역구도, 세대, 젠더 구도와 함께 계급구도가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내년 총선과 관련한 질의응답.


■ 새로 내놓은 '당선지침서'를 통해 청년세대를 심층 분석 했는데 이유는 뭔가

0.73%p 차이로 승부가 갈린 20대 대선처럼 내년 총선에서도 접전 선거구의 경우 유권자 지형 변화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60대 이상 선거인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국민의힘에 유리하고 40~50대 선거인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민주당에 불리한 변화다. 4050(민주당) 대 60대 이상(국민의힘) 구도에서 전체 선거인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400만명의 청년세대(2030세대)가 누구 손을 들어줄 것인지에 따라 승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청년세대가 모든 선거의 운명을 쥔 결정자로 등극한 것이다.

■ 청년세대 159개 인식조사를 했는데

20대 대선은 '청년세대는 진보, 기성세대는 보수'라는 전통적 세대론이 실종되고 청년들이 권력 향배를 결정지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년들이 기존의 이념적 투표행태가 아닌 젠더갈등, 사회적 이슈, 유관 정책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청년세대가 과거처럼 어느 한쪽의 이념적 지향을 추종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에서 다음 선거 역시 청년들이 '선거결정자' 역할을 하게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청년들의 인식과 정서를 심도있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정책·증세, 결혼 의향, 자녀계획, 한국경제 공정성, 성평등, 정치인식 등을 물었다.

■ 중도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중도는 없다. 다만 이중 개념주의자가 있을 뿐'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특이한 점은 주로 위기에 처한 정당들이 '중도화' 전략을 들고 나온다는 점이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피하기 위한 이벤트성이 대부분이었다. 선거가 끝나면 흐지부지되는 레토릭 수준에 그쳤다. 2012년 EBS 킹메이커 제작팀의 실험에서 '중도성향의 평균이 중간지점에 있을 뿐 개개인들은 각 사안에 대해 중도가 아닌 보수나 진보 의견을 분명하게 갖고 있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9년에 '5대 권력기관 신뢰도' 조사, 패스트트랙 3법 등 5대 쟁점 이슈 조사를 통해 '중도층'을 분석해봤다. 중도층은 어떤 측면에서는 보수적이고 다른 측면에서는 진보적인 사람들로 구성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보수진영 후보는 보수적 가치에 부합되는 의제 중에서 중도층의 과반이 호응하는 공감이슈를, 반대로 진보진영 후보는 진보적 가치에 부합되면서 중도층의 과반이 호응하는 공감이슈를 발굴해 전면에 내세울 필요가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 첫 날, 종합지원센터 찾은 시민들 |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내 전·월세 종합지원센터가 민원인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내년 총선에 대비한 실전 지침 20가지를 제시했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만 꼽는다면

시스템이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이기기 어려운 선거에서 승리한 '남경필 최문순', 지기 어려운 선거에서 패배한 '김진표 최흥집' 사례는 선거에서 단단한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단단한 시스템을 만들려면 캠프를 총괄할 매니저가 필요하고 선거캠프에 폭넓은 자율성을 제공해야 한다.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받은 캠프는 그렇지 않은 캠프보다 자발성, 역동성, 순발력에서 앞서 나간다.

선거시즌에 나타나는 선거 브로커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열정만으로 똘똘 뭉친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하다. 2021년 모 군수출마의 지지그룹 연수회 특강에 갔는데 100명이 넘었다. 이들의 열정이 마침내 호남 최연소 단체장을 만들어내고야 말았다.

■ 20대 대선과 관련한 백서를 거대양당이 모두 내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의 패배 이유는 무엇인가

이재명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청년세대 이탈이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핵심지지기반인 60대를 포함한 40대 이상에서 모두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세대 지지율을 끌어올려 간발의 차로 승리했다. 젠더 갈등을 심화시킨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차치하더라도 세대포위론이 매우 주효했다. 16대 대선이후 보수정당 후보 중 윤석열 후보가 청년세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남에서 윤석열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11만684표를 더 얻어 서진정책 역시 국민의힘 대선 승리에 상당히 기여한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를 찍지 않은 이유로 81%가 도덕성과 자질을 지목했다. EAI동아시아연구원 조사에서는 대선투표결정에 미친 영향 중 단일이슈로는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가 1순위와 2순위를 합해 38.9%로 가장 높았지만 이재명후보 관련 도덕성을 지목한 응답은 대장동 특혜의혹(24.2%), 이재명 도덕성 논란/형수 욕설 등(21.2%), 이재명 부인 법인카드 유용 논란(10.1%) 등 55.5%였다. 정책 측면에서는 이 후보의 정책공약 중 대표공약이었던 기본소득에 대한 헷갈리는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은 인물과 정책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가운데 전략마저 부재했고 세대포위론과 서진정책으로 정치적 동원에 성공한 30대 야당 대표 이준석에 필적할 브레인도 없었다.

20대 대선은 이긴 쪽이나 진 쪽이나 모두 '대선 백서'를 내지 않은 희한한 선거로 남았다. 기록으로 남기고 싶지 않은 무슨 말 못할 사정들이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안 대표는 '한 방에 끝내는 당선지침서'를 통해 △데이터 중심 제20대 대선 리뷰(선거는 구도다) △선거결정자의 진화(청년을 얻는 자 미래를 얻는다) △청년세대 심층분석(갈등과 차이를 넘어 미래를 보라) △중도화 전략(중도파는 중간에 없다) △실전 지침서(이기는 선거비법 승리를 기획하라)와 함께 실전 매뉴얼을 제시했다. 이 매뉴얼은 현역의원과 지역위원장이나 당협위원장에 비해 열세에 놓여 있는 '도전자'와 함께 선거를 준비하는 캠프 참여자를 향한 조언들로 꽉 차 있다.

안 대표는 총선 도전자들에게 너무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현실을 강조하면서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선거법은 '걸면 걸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는 점에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부분은 실무자에게 매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안 대표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도전자들과 함께 선거를 뛰어 본 많은 실전 경험을 토대로 현장에서 겪게 될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자세하게 풀어놨다.

안 대표는 17년 전인 2006년 2월에 리서치뷰를 만들었다. 현재까지 많은 선거에 직접 참여해 컨설팅 등을 수행했다. 2011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여론조사에 RDD기법(무작위로 선정된 전화번호를 여론조사에 활용하는 전화여론조사 방법)을 도입했다. 2009년부터 선거일 예측조사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데이터 리더십'을 선거 승패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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