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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신영수 칼럼]

중국과 '사상(思想)시장'

등록 : 2013-10-11 10:50:16

중국 로켓 개발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쳰쉬에썬(錢學森)은 지난 2009년 세상을 떠났지만 '쳰쉬에썬의 질문'이라는 일종의 공리(公理)만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그의 애국적인 과학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는 자료다. 쳰쉬에썬이 생전에 기회 있을 때마다 제기했대서 생겨난 '쳰쉬에썬의 질문'은 이것이다.

"어째서 우리(중국)의 학교는 도대체 걸출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훌륭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중국 교육의 '불임증'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질문이다. 그는 사망하기 4년여 전인 2005년 원쟈바오(溫家寶) 당시 총리에게 유사한 맥락의 지적을 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은 완전히 발전하지 못했다.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과학기술·발명·창조 인재를 배양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대학이 한 곳도 없고 저마다 창의성이 없어 걸출한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매우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과학자의 애국적인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 미국의 한 학자로부터 나왔다는 것이다. 그 학자는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스 교수였다.

시카고대학 교수이던 코스는 1974년 유명한 '상품시장과 사상(思想)시장'이라는 논문을 발표, 처음으로 사상시장의 개념을 제기했다. 코스는 토지·자본·노동력 등의 생산요소 외에 지식과 상응하는 요소시장을 사상시장이라고 규정했다.

사상시장 없어 걸출한 인재 배출못해

사상시장의 개념을 제기한 코스는 쳰쉬에썬이 이미 세상을 떠난 뒤인 2012년 2월 '중국의 시장으로의 전환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쳰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코스는 말한다. '쳰쉬에썬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바로 중국에는 개방된 사상시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코스는 다시 말한다. 쳰쉬에썬의 질문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활력이 넘치는 사상시장은 탁월한 학술의 선결조건인 동시에, 개방사회와 자유경제에 없어서는 안될 도덕과 지식의 기초다. 이런 사상시장이 없을 때 인재의 다양성은 반드시 고갈된다.

사실 쳰쉬에썬은 자신이 제기한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의 글에서 그 해답의 일단을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창신(創新)의 학풍이 온 캠퍼스에 가득했다. 학교 전체의 정신이 창신이었다. 캘리포이나공과대학은 학자·교수, 그리고 젊은 학생들과 연구생들에게 충분한 학문의 자유와 민주적 분위기를 제공했다. 서로 다른 학파, 서로 다른 학술적 견해를 충분히 발표할 수 있었고 권위자들에게 도전할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국부로 불리는 리콴위(李光耀) 전 총리는 올해 초 '리콴위, 중-미와 세계를 논하다'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중국의 장래를 다소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환치우스빠오(環球時報) 인터넷판은 지난 2월 20일자에서 그 책의 내용을 소개하는 가운데 이런 대목을 전해 주고 있다.

"중국이 언젠가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따라잡겠지만 창조력에서는 결코 미국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중국의 문화가 자유로운 생각의 교류와 경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창조력에서 미국 따라잡을 수 없어"

리콴위 전 총리가 코스의 사상시장 개념을 알고 있었는지, '쳰쉬에썬의 질문'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근래 중국당국은 교육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교육에 치중하는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중시 정책을 펴고 교육재정을 아무리 획기적으로 확충한다 하더라도 사상시장이 개방되지 않는 한 쳰쉬에썬이 말하는 '걸출한 인재'는 배출되기 어려울지 모른다. 창의적인 인재는 영혼이 자유로울 수 있는 토양에서 길러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시절 그곳의 면학 분위기를 좋아했던 쳰쉬에썬은 위의 같은 글에서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개방되고 포용력 있는 사상교류 환경이야말로 창의인재 배양의 전제다."

신영수 베이징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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