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호 "다른사람에게 주었다" … 검찰 "한명숙에게 간 9억원과 별개"

한명숙 전 총리의 9억원 정치자금 수수 혐의 재판이 증인들의 엇갈린 증언으로 밤을 지새우며 진행됐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9억원을 한 전총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는 한만호씨와 이를 반박하는 검찰측 증인들의 대질신문을 자정을 넘어 새벽 두시까지 계속했다.

한신건영 한만호 전 대표는 지난번 재판 때 한 전 총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었다고 번복했다. 9억원 가운데 3억원은 한 전총리의 비서였던 김문숙씨에게 빌려주었다가 2억원을 되돌려 받았으며, 1억 3000만원은 자신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했다. 나머지 5억여원에 대해 한신건영 부사장 박 모씨와 일산의 모 교회 장로 김 모씨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이 5억원의 제공여부와 성격을 둘러싸고 공방이 이루어졌다. 5억원이 박 모 김 모씨에게 제공됐는지, 또 5억원이 한 전 총리에게 주었다는 9억원의 일부인지가 쟁점이 됐다.

한씨는 2007년 5월 미화 20여만 달러, 같은해 8∼9월 2억원과 미화 10만 3000달러를 교회 신축공사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 명목으로 박씨와 김 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두 차례에 걸쳐 5억여원을 건넨 것은 공사 수주를 위해 내가 처음으로 쓴 '현금 실탄'이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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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씨는 "이 돈의 종착역은 박씨와 김씨가 아니다"면서 로비용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지난 재판때 공사수주를 확신하고 '미리 지급한 성과금'이라고 했던 것과 달라 논란을 불렀다.

한씨로부터 5억원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박씨와 김씨가 검찰측 증인으로 나왔다. 박씨는 2007년 4월 18일 한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것 외에는 어떤 돈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이 돈은 수주개발팀의 급여와 운영비 등으로 사용했다"면서 로비용임을 부인했고, "달러는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명숙측 변호인은 박씨에게 검찰이 주변인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박씨는 "한 바 없다"고 답했다.

김씨도 2억 2000만원을 딸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박씨는 김씨를 해당교회 "목사의 오른팔"이라고 했고, 한 전 사장도 "교회신축사업 수주를 위한 로비자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로비용이 아닌 "문화사업 투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검찰수사 때 "(한신건영의 수주활동에) 내부적으로 협조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과 다른 뉘앙스였다.

김씨는 검찰에서 "외적으로는 한명숙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아 잘될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법정에서는 "한 전 총리가 교회신축사업과 관련해 특별하게 해준 게 없다"고 말하는 등 자신이 로비에 연관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검찰조서에는 김씨가 "입찰업체들의 입찰금액이 비슷하니 10억원 정도 낮추어 입찰금액을 작성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나와 있다.

세세한 부분에서 증인들간에 차이가 있지만, 3억2000만원이 박씨와 김씨에게 제공된 사실이 당사자들의 시인으로 이날 법정에서 확인됐다.

검찰은 이에 대해 "박씨와 김씨에게 제공된 돈은 검찰수사때 이미 돈의 흐름과 출처가 다 드러난 것으로서, 9억원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김씨는 자신이 한 전 총리의 소개로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만났다고 증언했다. 발신표시제한 전화가 걸려와 받아보니 "한명숙입니다"라며 먼저 소개했고, 교회신축부지의 문화재지표조사와 관련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을 소개해 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한 전 총리가 한 전 대표의 공사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교회측의 민원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관계였다는 정황증거라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1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진병기 기자 j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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