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근본적인 것은 박 당선인이 민주주의 신념의 보유자임을 보여 주어 불신에 찬 적대자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서 권력행사에 조금만 권위주의가 보여도 바로 트라우마를 불러오게 돼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된 뒤 거의 모든 언론은 입을 모아 박근혜정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대통합'에 힘써야 한다는 조언을 쏟아내고 있다.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 추진위원장도 "박 당선인을 찍지 않은 48.4%를 배려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 역시 당선 후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국민대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당선소감에서 "상대후보를 찍은 국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러나 제대로 성공한 대통령은 없다, 가깝게는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국민대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역설한 것으로 기억한다. 결과는 참담했고 박근혜 후보는 당명과 색깔을 바꾸어 이명박정권과 상관없는 후보로 거리를 두어야 했다.

모든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는 그 순간에는 나야말로 국민대통합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진심으로 가질 것 같다. 절반에 육박하는 상대진영을 적대적으로 두고서는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당선인의 경우에는 다른 어느 정권보다 더욱 자신을 찍지 않은 48%의 국민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박근혜정권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48% 국민이 왜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심도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48% 국민에 대한 심도깊은 성찰 필요

사람마다 안 찍은 이유와 강조점이 다를 것이다. 그 중에는 박근혜정권에서 박정희시대의 잔영을 보게 될까 두렵다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산업화의 기틀을 닦은 박정희 대통령'에서 향수를 느끼기보다는 그 시대의 민주주의 파괴와 탄압을 더 많이 기억한다. 이들은 박정희시대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후보시절 언명에 진정성이 없으며 박근혜 속에 체질로 내재화되어 있지 않다고 단정하고 있다.

어지간한 제스츄어로는 마음을 살 수 없는, 자발적으로는 결코 통합의 장에 들어오지 않을, 이 성가신(박정권 입장에서) 국민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결코 무시할만큼 적은 숫자가 아닌 이들과 적대적으로 대치하는 한 박근혜정권 역시 다른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통합과 멀어지면서 실패하게 될 것이다.

박근혜정권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이 불신하는 것, 박정희시대의 재현(물론 그대로의 재현은 아니지만)이 기우라는 것 부터 박근혜 당선인이 확실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힘겹게 이룬 민주적 가치, 절차들이 이명박정부에서 물위에서 보이게, 혹은 물밑에서 안 보이게 훼손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우선 권력에 비판적인 언사를 했다 해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보장해야 한다. 항간에는 벌써부터 "선거과정에서 심기를 거스린 몇몇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라는 말이 나오는 판이다. 야권지지성향을 보인 연예인들이 당장은 아니라도 점점 슬그머니 배제되는 사태가 결국 오리라고 단정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5년간 누구도 무시못할 여당의 실권자로 있으면서도 국민에게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한 그런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파행적인 방송사 인사개입도 근본적으로 바로잡고 손을 떼야한다. 민주주의국가라면 갖춰야 할, 발전시키고 개혁해야 할 과제들이 쌓여 있다.

'박정희시대 재현은 기우' 보여줘야

박 당선인은 대통합의 일환으로 인사에서 대탕평책을 쓸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 몇 쓰고 안 쓰고는 이차적이다. 호남사람 몇, 젊은 사람 몇, 야권 쪽 경력 가진 사람 몇 쓴다고 해서 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하는 것보다 나은 정도일 뿐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박 당선인이 민주주의 신념의 보유자임을 보여 주어 불신에 찬 적대자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일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라서 권력행사에 조금만 권위주의가 보여도 바로 트라우마를 불러오게 돼 있다.

무엇보다 박근혜 당선인이 아버지시대를 근본적으로 뛰어넘어 21세기의 민주적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대통합의 기초일 것이다.

본지이사

이옥경 내일신문 이사